자유선진당도 ‘기업이 화물연대의 어려움을 이해하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번 째 대규모 노동쟁의인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이 사뭇 우호적이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 조차 강경대응을 천명하는 정부와 분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노동당 외에는 그 어떤 이유의 파업에 대해서도 "경제가 어려운 데"라며 찍어 누르기 바빴던 지금까지의 정치권의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살인적인 고유가와 다단계 수수료 뜯어 먹기 식 화물운송 구조에 대한 여론의 이해가 높아진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13일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해 국가경제에 비상이 걸리게 되었다”고 경제위기론을 펼치면서도 “유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어느 한 분야에 전가시킬 수는 없다. 이는 온 국민이 나눠야 할 부담이다”고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자극적 표현을 삼가면서 “국가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으로 난국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와 화물연대는 한 발짝 서로 양보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해법을 찾아 경제의 어두운 먹구름을 걷어 주길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쪽에서도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화물연대는 오른 경유 값으로 인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차 영 대변인도 같은 날 “고유가 땜질 처방의 결과가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정부의 무능이 빚은 대란이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적반하장으로 유가보조금 중단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잔인한 협박이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100일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화물연대에 대해 협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차 대변인은 “물가가 올라가도 환율을 방어하지 않아도 대기업과 정부 재정은 달러가 쌓여갈지도 모르지만, 화물연대와 서민들은 아무런 방도 없이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의 정체성부터가 파업에 부정적인 자유선진당도 이미 지난 10일 류근찬 정책위의장 명의의 정책논평을 통해 “정부가 화물운송업계의 어려움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일 달랑 내놓은 대책은 경유가격 1800원을 기준으로 가격 인상분 50%를 보조해 주겠다,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었을 때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것에 그친 안이함을 보였다”고 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류 의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한마디로 화물운송연대의 어려움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정부가 나서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방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파업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정부는 먼저 화물연대의 파업을 막기 위해 화물연대 측과 적극 대화에 나서고, 화주인 기업 측을 대표하는 전경련, 무역협회, 중소기업연합회 등도 화물연대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통분담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퇴진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해삼 민노당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장은 “화물-덤프-레미콘 노동자가 파업을 앞두고 있어도 노동부는 하는 일이 전혀 없다”면서 “노동부는 화물연대의 생존권 파업에 대해 ‘화물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국토해양부가 주관부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아무 일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결론은 노동부가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있으므로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면서 “촛불에 놀라 한승수 총리와 장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마당에 이영희 장관도 그만 정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선희 대변인도 “오늘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화물시장 안정화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지속될 경우 화물연대 집행부를 포함해 강경투쟁을 부추기거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면서 “대기업의 물류운송의 차질을 막자고 생계형 운송노동자에게 적자 운영하라고 하는 것이 합법이고, 최저임금에 준하는 표준요율제 시행과 살인적인 경유가 인하를 주장하는 것이 불법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변인은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유가보조금 중단 방침에 대해 “국민들을 당나귀로 보고,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겠다는 것인가”라면서 “운송을 거부했던 것을 빌미로 보조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향후 화물운송 의지가 있는 운수노동자에게 더 이상 물류를 담당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윤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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