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6.10 촛불’ 빛과 그림자, “시위가 생활 속으로”

녹색세상 2008. 6. 11. 17:19
 

생활 속 시위문화 등장


지난달 2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40일째 계속되면서 ‘촛불’은 이제 시민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에게 이른바 ‘전선(戰線)’으로 알려진 서울 광화문 일대는 촛불시위 광장으로 변모돼 신(新) 거리문화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벌이고 있는 이번 촛불시위가 ‘밀실’과 ‘광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10일 저녁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춤과 노래 등으로 시위를 생활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은데다 친구끼리 도로위에 막걸리를 두고 정담을 나누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어린 꼬마, 10대에서 60~70대 노인들까지 모든 연령층이 총집합해 어우러지는 ‘촛불 거리’에는 시위자들의 구호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자유발언 등으로 시끌벅적하고, 춤과 노래 등 볼거리의 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386세대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과거의 추억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광화문 일대 촛불시위가 장기화되고 매일같이 교통통제 구역이 되다보니 시민들은 ‘만남의 장’이었던 광화문을 포기하고, 약속장소로 마포나 신촌, 서교동 등을 택하고 있다. 주변 상권도 시위 만성화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시위대가 즐겨 찾는 저렴한 밥집이나 편의점은 시위의 덕을 보는 반면, 여타 가게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심지어 택시영업에도 변화를 동반하고 있다. 어느 택시 기사는 이날 “신촌으로 가자”는 손님의 요청을 거절했다. 김씨는 “요즘 밤마다 이 일대 교통통제 때문에 손님이 말하는 목적지까지 가려면 돌고 돌아야 된다. 차라리 지하철 타고 가시라. 난 돈 벌어서 좋지만 손님은 택시비로 평소 2배를 내야 할 것”이라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손님을 설득했다.


‘밀실과 광장의 경계가 무너졌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에 집회는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 외에도 ‘주거와 노동공간’과 같은 폐쇄적 공간과 ‘거리’라는 열린 공간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 가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촛불 시위를 하는 시민들은 직장을 마치고 거리고 나가 자연스레 시위대에 합류하고 또 다시 일터나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단순히 사회운동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밀실’과 ‘광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일반인들의 삶 자체가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재구조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 문화가 다양한 연대와 놀이, 가족 즐기기로 변모하고 있다”며 “2002년 월드컵 광장문화가 일시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장기시위로 인한 불편함을 자체적으로 감수하면서까지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