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촛불에 물대포 쏜 경찰, 법대로 하자.

녹색세상 2008. 6. 20. 06:48
[사례①] 임아무개 씨는 지난 1일 새벽 2차례에 걸쳐 물대포를 맞았다. 처음 맞았을 때 임씨와 물대포와의 거리는 불과 10미터였다. 두번째 물대포를 맞았을 때는 7m 밖에 되지 않았다. 임씨는 얼굴에 물대포를 정통으로 맞아 목뼈가 돌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안경과 핸드폰은 부서져버렸다.


[사례②] 라아무개씨는 지난 1일 새벽 3시 30분 경 물대포가 발사된 직후 바닥에 깔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던 중 전경에 둘러싸여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수십회 폭행당했다. 코뼈가 부리진 상태에서 복부를 다시 한 번 가격당해 호흡이 곤란한 상태로 강제 연행됐다.


[사례③] 배아무개씨는 피의자 신문 이후 별다른 조사 없이 무려 40시간이나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그는 이번 자신이 딴 프로젝트에 쓸 자료를 구하기 위해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인도 위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자신이 무고하게 연행됐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급박한 상황을 담당형사에게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1억 5천만 원짜리 프로젝트 계약이 취소됐다. 


1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최근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시민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피해자들 ‘미란다 원칙 고지하지 않고 앰뷸런스도 부르지 않아’


지난달 31일 이른바 ‘너클장갑’을 낀 전경에게 둘러싸여 구타당했던 ‘너클아저씨’ 김태성 씨를 비롯한 피해자 4명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들의 사례를 설명했다. 특히, 김씨는 “잡혀간 다음 목격한 경찰의 행동이 더 심각했다”며 “이건 전경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어청수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에 잡혀 온 사람은 의식불명 상태였다. 사람이 피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데 앰뷸런스라도 불러줘야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윤아무개 경장이란 사람이 버스 뒤로 도망치더라. 연행 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사실도 계속 항의했다. 그런데 지휘관은 '말 못하게 만들라'며 묵살했을 뿐이다. 결국 금천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하면서야 미란다 원칙을 고지 받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임태훈 인권법률지원팀장은 “군홧발 사건 당시 현장 지휘자가 지금도 집회현장에 계속 나타나는 등 아직 경찰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대책회의 내에서는 가해자의 얼굴을 특정해 현행범으로 체포할 논의까지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찰에게 경고했다. 또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교전 중에도 적군도 치료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경찰은 시위대가 다쳐도 119를 시급히 부르지 않거나, 오히려 119의 통행을 막는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벌어졌고 이런 일이야말로 촛불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연속 농성 나흘째인 지난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의 목을 낚아채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고소ㆍ고발 및 손배소, 인권위 진정까지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 취한다”


민변 법률지원단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8일까지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해왔다. 민변은 이 사례들을 크게 ▲물대포·진압봉·방패 등 경찰장비규정을 어긴 폭행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강제연행 ▲조사에 필요한 시간을 초과한 장기 구금 ▲시위 미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 연행 등에 대해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는 한편,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반복해서 침해하고 있는 경찰의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에 진정될 사례는 ▲촛불집회 대응을 이유로 차벽 혹은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인도와 차도를 봉쇄하여 시민의 통행권을 침해한 것 ▲경찰이 집회현장에서 사복을 착용하고 영장도 없이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 ▲집회현장에 배치된 전투경찰이 식별표시 및 이름표를 은폐한 행위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행위 등이다.


특히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것과 관련해 한택근 민변 사무총장은 “촛불집회 참가자를 전경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한 후 호송차에 구금하는 현장에서 민변 소속 변호사가 접견을 요청했지만 ‘접견신청서를 정식으로 작성해오라’며 접견을 거부하는 등 여러 차례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침해했다”며 ”이 문제는 인권위 진정만이 아니라 소송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의 송상교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폭력을 묵과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도 민변 법률지원단과 광우병 국민대책위원회를 통해 이러한 위법한 인권 침해사례를 계속 수집하고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가능한 한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경찰 총수인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다. 전경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이아무개씨는 자신을 폭행한 전경 대신 어 청장을 상대로 이 날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씨의 변호인 원미경 변호사는 “이씨는 이날 폭행이 어느 한 전경의 우발적인 폭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현장 지휘관의 제지도 없었고 전경 버스에서 나온 뒤 2차 폭행이 가해졌던 점을 미루어볼 때 이는 가해 전경의 잘못이 아니라 지휘부의 조직적인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 변호사는 “이씨가 '가해 전경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한다면 용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가해 전경에 대해서만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경찰의 입장에 분노하고 있다”며 “가해 전경을 제외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 간부들을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 모든 사태가 어청수 경찰청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부산 ASEM회의와 평택 대추리에서 과잉진압을 진행한 전례가 있는 어 청장이 그대로 있는 한 이 사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참여연대는 어 청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 1만8000여명의 서명을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어 청장이 파면되지 않는 한 거리와 인터넷에서 경찰의 폭력행위를 본 시민들의 분노는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