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감축 정책 맞서 교원단체 함께 총파업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의 중고생들 거리로 나서 촛불시위를 벌이는 것이 연일 국내 뉴스의 초점이다. 보수정치권과 보수언론은 ‘배후설’을 제기하며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집단행동’으로 폄하한다고 촛불의 열기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에서도 교원감축에 반대하는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작된 가두시위는 경찰 추산으로 연인원 15만명에서 20만명의 파리 시내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으며 이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일부 고등학교는 파업을 선언하며 학교는 교문을 걸어 닫은 채 곧바로 거리로 나오는 학생들도 생겼으며 지난 5월 15일에는 교원단체와 학생들의 전국적인 총파업이 있었다. 자비에 다르코스 교육부 장관의 보조교원 채용 약속으로 시위를 중단하기로는 했지만 상황에 따라 시위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 우파 사르코지 정권의 교육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프랑스 고교생들.
실제로 일요일인 18일 파리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원노조 소속 교사 5만명이 다시 시위를 했다. 프랑스 한 언론의 19일자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시민의 78%가 68년 5월이 사회진보를 위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헌법1조는 모든 국민의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하고 있다. 참정권은 18세부터 보장되지만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데 있어 참정권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법 앞의 평등하다는 것은 누구나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당하지 않는다. 사르코지 우파정부가 추진하는 교원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교육개혁정책을 반대하는 고등학생들이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거리로 나선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교원노조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르코지의 교육개혁안대로 2012년까지 교원 85,000명이 감축되면 학급 정원은 평균 30명에서 40명으로 늘어나게 되어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고교생 전국 조직이 주도
전국 고교생 연합(UNL)과 고교자주민주연합(FIDL)이 주도한 시위는 파리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번져갔고 급기야 돌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투석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005년에도 10만명의 고등학생들이 교육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이를 막아냈고, 2006년에도 학생들의 반발로 교육제도 개혁안은 불발로 그쳤다. 사르코지 정부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원감축 계획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급격한 지지세 하락에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들까지 나서면서 원안대로의 통과 전망이 밝지는 않다. 투표권도 없는 고교생들이 이처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 수 있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시위의 자유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자리 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감히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 40년 전 ‘68정신’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프랑스 시민들은 각종 신문 투고란에 이는 단순한 교원 감축이라는 경제 문제가 아닌 프랑스 미래를 흔드는 정책으로 이해하고 고등학생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의 투쟁은 대부분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우파 교육정책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학급회의에서 교육정책을 토론하자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토론문화가 성숙되어 있는 이유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토론이 일상화되어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의회제를 통해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민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학급회의와 학생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들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학급회의에서 두발문제와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의 옳고 그름을 논의하고 이를 반영하고 관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민주적인 시민을 키워내는 올바른 교육과정이다. 자신의 권리에 무지하고 둔감한 학생이 사회에 진출하여 올바른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개탄해마지 않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바로 토론이 존재하지 않는 학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레디앙/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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