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성매매업소 영업 중인 이명박 대통령 소유 건물

녹색세상 2008. 5. 5. 21:49
 

이명박 소유 건물 유흥업소…성매매업소 지금도 버젓이 영업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죠~.”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듣는 말인 줄 알았다. 엉뚱한 곳에서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대통령 소유 빌딩에 입주한 술집에서 들은 말이었다. 4월25일 새벽 1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일빌딩을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89년부터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지하 1층에 입주했던 유흥주점과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도 구설에 올랐던 곳이다. 지난해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유흥주점이 영업 중인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대선 직전인 지난해 11월에는 여성 종업원의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한겨레신문’에 보도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보도 직후 이 업소는 ‘내부 수리 중’이라며 문을 닫아걸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단란주점은 임대차 계약이 내년 3월까지로, 여러 차례 비워달라고 요청했으나 함부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때부터 5개월이 흘렀고, 계약 기간이라던 3월도 지났다. 더구나 이명박 당시 후보는 어엿한 일국의 대통령이 됐다. 지금 그 유흥주점은 어떻게 됐을까? 다시 찾은 현장, 술집 이름은 ‘ㅋ섹시클럽’에서 ‘ㅅ노래빠’로 바뀌어 있었다. 계단 입구 옆에 놓인 ‘노래+안주+음료=무료’ ‘단체 50인석 완비’라는 문구를 담은 광고 기둥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서 옵쇼~.” 출입문을 들어서자 웨이터의 우렁찬 인사 소리가 들렸다. 복도와 룸 인테리어는 여느 단란주점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주점은 이 건물의 지하 1층 421.2㎡(약 127평)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듯, 룸이 10~20개는 돼 보였다. 마담이 메뉴판을 펼쳐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일빌딩에 입주해 있는 유흥주점. 성매매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해 11월의 ‘ㅋ섹시클럽’에서 ‘ㅅ노래빠’로 바뀌어 있었다.



“일단 자리에 기본이 3만원이고, 아가씨 봉사료는 한 명당 6만원이에요.” “너무 비싼 것 같은데….”


“아유~ 오빠도. 여긴 노래방 아니잖아~. 여기 애들 수준을 보면 알 거예요. 그리고 시간도 무제한이니까 비싼 거 아니야. 얼른, 이쁜 애들로 넣어드릴게.”


“아가씨와 2차(성매매)는 갈 수 있냐?”라고 물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마담이 순간 앙큼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애들한테 잘 말해보셔~.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죠~.” 얼마 뒤 들어온 접대 여성들에게도 2차를 가자고 제안했더니 “실장님(마담)한테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통령이 성매매업소에서 임대소득 챙겨서야”


결국 이 업소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차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소유 빌딩에 여성 접대부를 둔 술집이 계속 입주하고 있다는 데 대해 여성계 등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정미례 대표는 “합법 영업이냐 불법 영업이냐는 잣대를 들이댈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접대의 주체로 내세우는 업소를 통해 대통령이 임대소득을 챙겨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강남 룸살롱 업주 사이에서는 ‘대통령 건물에서도 그러는데 우리라고 문제가 되겠느냐. 그 보도 뒤 되레 장사 잘 된다’는 소문마저 들려온다”며 “3월에 내보내기로 해놓고도 여전히 영업 중이라니, 대통령이 유흥주점 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셈”이라고 꼬집었다. 4월25일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한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내용이라면 빌딩 관리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내용을 파악한 뒤라야 구체적인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부가 살 집 한 칸을 제외하고는 전부 내어 놓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한겨레21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