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김연아, “선수들은 동물원 안에 있는 동물이 아닙니다.”

녹색세상 2008. 5. 1. 17:11
 

김연아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함께 연습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데 괴로움을 느낀 것. 김연아는 1일 새벽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나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입어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연습장을 찾는 팬들에게 “속으로 응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훈련을 마치고 새벽 2시경에 올린 글이어서 이를 본 팬들은 김연아가 얼마나 괴로운 심정이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김연아는 4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훈련 일정을 가졌다. 당시 링크에서 김연아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를 보기 위해 링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김연아가 이번에 어렵게 얘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링크를 나눠 쓰는 다른 피겨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 저마다 소중한 훈련시간인데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느낀 것이다. 김연아는“나는 다른 선수들 연습시간에 끼어 타는 것이지 나만의 연습시간이 아니다.”며 “나만 없으면 조용히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나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다녀 시끄러운 환경에서 연습한다면 내 맘은 편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김연아를 촬영하기 위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는 선수들이 점프 연습을 할 때 부상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살면서 내가 대한민국 피겨선수라는 게 ‘정말 억울하고 원망스러웠던 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느끼는 괴로움은 상상 이상이다.


국내에는 피겨스케이트 전용링크가 없기 때문에 김연아가 놀이공원의 아이스링크에서 한밤중이나 새벽에 훈련을 해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특유의 재능과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피겨선수로 성장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김연아의 경쟁자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150억원이 투입된 첨단전용링크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연습을 한다. 라이벌 대결을 기대하는 것이 무안할 정도로 비교가 되는 현실이다. 한국 선수들에겐 그나마 놀이공원의 스케이트장도 소중하다. 비싼 대관료도 내야하지만 그곳이 아니면 연습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연아 조차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대해 “그나마 365일 춥지 않고 따뜻해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링크”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하자 김연아는 “제대로 훈련할 수 있게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피겨팬들은 이 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피겨전용 훈련장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연아의 거주지역 자치단체인 군포시에서는 최근 피겨 전용 훈련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피겨전용링크의 경우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포시는 현재 사업타당성 검토까지 마쳤지만 사업비가 900억에 달해 시 자체 예산으로는 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군포시 문화체육과 정해봉 체육진흥팀장은 “4월 부지 선정을 마쳤고 국가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오는 6월에서 8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적 스타가 된 김연아를 붙잡기 위해 일부 대학에선 입학조건으로 전용 빙상장 건립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한국 피겨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닌 ‘스타 마케팅 차원일 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게 국내 체육계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