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삼성 심장부’ 50년 만에 장막 뒤로, 전략기획실 해체

녹색세상 2008. 4. 22. 20:08
전략기획실(전기실)은 삼성의 ‘사령탑’이자 ‘총수-전략기획실-전문경영인’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삼각편대 경영체제의 상징이다. 1959년 고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로 출발한 전기실은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개편됐다. 김대중 정부 초기였던 당시, 각 그룹의 비서실 같은 조직과 순환출자 구조가 기업 연쇄부도와 부실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은 비서실을 축소했다. 삼성은 그때 구조조정 기능을 맡는다는 명분으로 비서실을 구조본으로 개편했지만, 이후 그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 특히 97년 이학수 부회장의 실장 취임 이후 삼성의 구조본은 인사ㆍ재무ㆍ기획 등을 모두 좌지우지하는 ‘최고 권력기관’이 되었다. 기획 라인과 재무 라인이 치열하게 견제했던 이전과 달리, 재무 라인이 구조본의 핵심이 된 것도 이 시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2년 전 이른바 ‘엑스파일’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삼성은 1실 5팀 147명에 이르던 구조본을 3팀 99명의 전략기획실로 축소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구조본의 핵심 기능인 재무와 경영진단을 맡는 전략지원팀을 출범시켰다. 현재 전략지원팀은 김인주 사장이 팀장으로 있으면서 경영지원(재무, 최광해 부사장)과 경영진단(감사, 최주현 부사장) 담당을 두고 있다. 이밖에 전기실엔 기획홍보팀(팀장 장충기 부사장),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지원팀(팀장 정유성 전무)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축소를 했지만 전기실은 영업을 제외한 웬만한 기업의 조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재무 라인은 각 계열사의 재무·인사와 직접 연관을 맺으며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부에서는 삼성 경영체제의 ‘구조적 위험’으로 전기실을 지목하기도 했다.

 

 

사실 외국에서도 삼성이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신속한 판단을 하면서 급성장을 해온 것으로 평가했다. 또 여기엔 총수와 총수의 뜻을 실행하고 보좌하는 전략기획실의 존재가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삼성 안에서도 이런 주장에 근거해 문제가 된 부분은 들어내되 ‘사령탑’ 구실을 수행할 최소한의 조직은 남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 수사에서 전기실은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에 조직적으로 관여하는 등 총수의 사익을 위한 위법ㆍ편법 행위를 해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면서, 출범 50여년 만에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됐다. 잔머리 굴리며 여론이 잠잠해 지기를 기다렸다가 옷만 바꿔 입고 이름 고쳐 부활을 시도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한겨레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