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설 대화기구를 제안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뱉어낸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지와 인터뷰에서 “연락사무소장은 남북 최고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면서 “과거 남북 대화 방식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북한에 처음 상설적인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고 한 모양입니다.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남북간 접촉이 중단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이는 정치적인 입에 발린 말로 들리네요.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화해ㆍ협력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때 남측이 수차례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구상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수용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제안이 단순한 선언적 수준의 차원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게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특히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에 반발, 연락사무소의 초보적 형태인 개성공단 경협사무소의 남측 당국자에 대해 사실상 추방 조치를 한 바 있어 이 대통령의 ‘돌발적’인 남북 연락사무소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은 최근 북핵문제 2단계 합의의 진전을 계기로 북ㆍ미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는 데 비해, 남북관계는 급격히 악화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풀이할 수 있지만 통일부를 없애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남북연락사무소를 개설하자고 제안하는지 그 머리 속이 너무 궁금하네요. 남북문제를 대통령이 단순히 몇 마디 하면 되는 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첩첩산중에서 애꿎은 국민만 고생하게 생겼습니다. (4.18일 경향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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