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국정원의 ‘어이없는 충성

녹색세상 2008. 3. 21. 01:09
 

누리집에 김성호 ‘떡값 의혹’ 해명자료 버젓이

취임도 안했는데…“공과 사 혼동처사” 비난


국가정보원이 삼성 로비 대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의 개인해명 자료를 국정원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려놓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직 원장으로 취임하지 않은 개인의 비리 의혹 해명자료를 공식 누리집에 올려놓는 것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20일 오후 현재 국정원 누리집 초기 화면 ‘공지/보도’ 꼭지에는 ‘김용철 변호사 증인채택 요청 예정’(3월6일)과 ‘사제단 주장에 대한 국정원장 후보자 추가 입장’(3월5일)이란 자료가 떠 있다.

 

  ▲국가정보원 누리집 뉴스 보도 자료란에 올라 있는 김성호 국가정보원 후보자의 해명 자료.


10여일 전쯤 올려진 이 자료에는 “사제단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검찰 후배인 김용철이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낌” “김용철이 본인을 삼성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무슨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음”과 같은 개인 차원의 해명이 들어 있다. 국정원은 김 후보자의 해명자료가 있는 부분에 공지사항, 보도자료, 국정원 관련 언론보도 내용에 대한 공식 견해 등을 올리고 있다.


최근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를 준비했던 다른 부처들과 견줘볼 때도 국정원의 이런 대응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청문회를 준비할 때 신상 문제는 내용을 잘 몰라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곤란했다”며 “신상 문제는 후보자가 직접 해명자료를 만들고 부처에서는 기자들에게 배포만 할 뿐 부처 홈페이지에까지 올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정식 취임은 되지 않았지만 임명될 가능성이 커서 보도 자료를 낸 것”이며 “그동안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 자료는 네티즌들도 볼 수 있게 모두 홈페이지에 올려놓던 관례에 따라 김 후보자의 해명자료도 올려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올리면 더 많은 국민들한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한겨레/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