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대통령 뽑았더니 교육 쿠데타 일어났다.

녹색세상 2008. 2. 2. 16:14
 

전국국어교사모임 등 16개 교사 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가 추진 중인 교육 정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수위를 향해 “교육 정책은 군사작전이나 토목공사가 아니다.”며 “오랜 시간 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야 할 교육 정책에 대해 월권을 행사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인수위의 ‘공교육 정상화’에 동의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교육 불평등과 입시 경쟁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이견을 나타냈다. 이들은 “공교육은 영어 능력 습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 소양교육 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영어 몰입교육,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입 자율화 등 차기 정부의 교육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참다못한’ 현직 교사들이 이를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교사들, 거리로 나온 이유


진영효 전국도덕교사모임회장은 “새로 대통령을 뽑아놨더니 교육쿠데타가 일어난 것 같다”며 “인수위가 매일 수많은 교육 정책을 쏟아내지만, 근거를 갖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진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 공청회를 꼬집으면서 “반대 토론도 없는 공청회를 왜 열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입시지옥을 만들 인수위의 교육 정책을 묵과할 수 없어 교사들이 직접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기자회견의 배경을 밝혔다. 


이동현 영어 교사는 “선진국의 국가경쟁력 배경에는 수학과 과학의 발달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인수위가 영어가 아닌 수학과 과학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교사는 “영어 과목은 공교육의 큰 틀 안에서 다른 영역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며 “공교육의 영어는 언어의 기본소양을 익히는 것으로, 각자의 전공분야에 필요한 대학에서의 영어와는 분리해서 세심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토목공사를 잘못하면 다시 할 수 있지만,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인수위의 교육 정책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신종규 초등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확대ㆍ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인수위가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영어 수업 시수 확대’를 내놓은 인수위를 비난했다. 신 위원장은 “아직 영어로 가르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영어 과목 시수를 늘려버리면 다른 과목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며 “다양하고 창의적 교육을 통해 인성을 쌓는 교육 체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인수위가 교육현장 전문가들과의 협의 없이 졸속적 발상으로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학생, 학부모 등과 힘을 합쳐 기자회견, 토론회, 반대서명운동, 대중 집회 등을 열 계획이다. (오마이뉴스/이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