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삼성화재, 고객 돈 60억 빼돌려 차명계좌 1만개 운용

녹색세상 2008. 1. 27. 00:29
 

      삼성임원 이름 차명주식의 배당금 계좌도 드러나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5일 보험금의 일부를 빼돌려 차명계좌로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화재 본사와 전산센터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또 1만여 차명계좌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있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만들어진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새벽 3시30분부터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 및 서울 수유리와 경기 과천의 전산센터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고객에게 돌려줄 돈(미지급금)이나 보험금 정산 뒤 남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제보가 특검팀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본사에서만 장비 청구서를 포함한 자동차 보험금 지급 관련 서류 등 27상자 분량을 압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본관 22층에 제보자가 비밀금고라고 지칭한 공간이 있기는 한데, 지금은 사무실 등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빼돌린 미지급금의 규모가 연간 50억~60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차명계좌는 금융당국의 감사를 피하려고 50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로 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가 삼성 임원들 이름으로 관리한 차명주식의 배당금 계좌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우리은행이 본인인지 등 신분확인 과정 없이 계좌를 만들어준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쪽은 “전산화된 보험 업무 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액수와 계좌 수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불러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의 부탁을 받고 외국 미술품을 사 들였는지와 ‘행복한 눈물’ 등의 행방을 캐물었다. 홍 대표는 2004년 2월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았던 한 아무개 변호사와 함께 출석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선 홍 대표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그림을 사준 사실이 드러났다. 홍 대표는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경매 목록을 공개한 뒤 “행복한 눈물을 다룬 바 없다”고 했다가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말을 바꾼 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김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