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상담

내가 겪어본 긴급보호금

녹색세상 2008. 1. 18. 20:43

  갑자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다며 상담 해 주라는 연락이 왔다. 우리 사회의 복지 체계가 워낙 허술해 상담을 해 본들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어려움에 빠진 사람에게야 가뭄의 단비는 못 되어도 목은 잠시 축일 수 있어 상담을 하곤 한다. 계속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결해 보려고 끝까지 몸부림치다가 도저히 안 되어 그냥 지내 온 모양이다.

 

  ▲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 아는 사람과 통화가 되어 ‘긴급보호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했다. 일주일을 굶었음에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고 견딘 착한 사람이다. 만나보니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모른 척 해 달라’는 눈빛이라 처음 보는 것으로 했다. 남들에게 자신의 지금 처지를 보여주기 싫은 기색이다. 긴급보호금이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긴급복지지원사업법’에 의해 실시하는 것인데 자치구마다 지원 금액이 다르다고 한다.


  달서구의 경우 구조례에 의해 1회에 한해 ‘30만원’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그것도 심사란 절차까지 밟으면 일주일을 넘기기 일쑤다. 이런 게 무슨 긴급지원금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겨우 20킬로그램 쌀 한 포대 주고. 견디다 못해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30만원’은 언 땅에 오줌 누기와 마찬가지다. 전기요금ㆍ전화요금ㆍ도시가스 차단 직전이면 그것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공공근로 신청을 하니 그것도 3월 지나야 가능하다고 한다. 말이 좋아 긴급지원금이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래 놓고도 ‘복지체계’ 운운하니 정말 웃기는 세상이다. 세 들어 살다 쫓겨나면 정말 갈 곳 없다. 그런 국민들이 부지기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책임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2등 국민인지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일주일 걸려 겨우 30만원 받고 도시가스 차단과 단전은 막았으나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예전에 그렇게 좋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이 꼬여 지금까지 오게 된 모양이다. 사고가 겹쳐 온 몸에 근골격계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어 힘든 노동을 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살아갈 길이 정말 막막하다. 남의 일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