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끔찍한 투기시대로 돌입하다

녹색세상 2008. 1. 7. 20:31
 

[큰 일 났다 1-부동산] “대선은 서민의 부동산 복수”


  이명박 정권에서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에서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주택거래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정책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 2007년 기준 시가로 8억(공시가격 6억)이 넘는 비싼 집을 가진 부유층이어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전체가구의 2% 수준인데, 시가 13억(공시가격 10억)이 안 되면 종부세를 완전 면제해주겠다고 한다. 

 

▲활짝 웃는 이명박 당선자 웃음 뒤에 월급쟁이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건배하는 잔 속의 와인이 서민들의 눈물처럼 보인다.(사진=뉴시스)



고가주택 투기 수요 급증


  해당자는 시가 8억에서 13억까지 주택자산을 가진 전체 가구의 1.4% 26만가구이니, 집이 없거나 있어도 8억이 안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다. 대신 서울시 강남권을 비롯한 부자동네 가구는 열 중 셋 꼴로 최고 200만원 이상 세금이 줄어드는 혜택을 입게 된다. 그러나 주택분 종부세 제도는 전체 가구의 0.4%만 내는 앙상한 뼈대만 남게 됨으로써 투기억제 기능이 상당 부분 마비되게 되고, 특히 시가 8억에서 13억 사이에 있는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수요가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시가로 8억이 넘는 값비싼 주택이라도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의 경우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도 깎아주겠다니, 8~13억대 아파트와 주택이 신종 투기상품으로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값비싼 주택이라도 1가구1주택 장기 보유자라면 종부세를 깎아주겠다는 공약도 있다. 만약 그대로 시행된다면 시가 수십억 심지어 100억대 호화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도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라면 세금을 깎아주게 된다. 이럴 경우 집값이 올라 재산이 늘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원칙이 흔들리게 되고, 예를 들어 10억짜리 집 세 채 가진 사람과 30억짜리 한 채 가진 사람간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것이다. 수억짜리 여러 채 보다 값비싼 호화주택 한 채로 갈아타려는 부유층의 투기의욕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세금, 부자는 깎아주고 월급쟁이는 더 걷고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가 직접세라면 거래세는 간접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주택거래세를 2%에서 1%로 낮추겠단 공약은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러나 거래세를 4%에서 2%로 낮춘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지만, 거래세가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세금수입의 40%에 달하기 때문에 지자체 재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부유층이 내는 종부세를 늘려가면서 거래세를 낮춰가야 한다. 그런데 종부세도 깎아주고 거래세도 깎아주고 양도세도 깎아주게 되면, 부동산 투기꾼은 날개를 달아 좋겠지만 문제는 그 돈을 어디선가 더 걷어야만 한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으로 올리고 주택거래세를 1% 낮추면 각각 1,700억과 1조2,500억의 세금수입이 줄어든다는데, 결국 1조5,000억 이상을 유리알 지갑인 봉급쟁이가 더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한반도 대운하 등 이명박 정권의 각종 개발정책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될까. 시장주의자이자 건설재벌 사장 출신인 이명박 당선자는 집이 많이 지으면 주택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단 원칙에 서있다. 특히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기조 아래 서울의 경우 강북은 재개발을 강남은 재건축을 쉽게 하고, 이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할 예정이다.


새 집 지어봐야, 집 있는 사람 손에


  서울 강남 재건축 문제는 최근 20여년간 부동산 투기에서 태풍의 눈이 돼온 까닭에 참여정부는 물론 과거 한나라당도 함부로 완화하겠단 말을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투기태풍의 눈’ 재건축을 과감하게 자극함으로써 벌써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이 흥분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현재 상태에서 재건축 하게 되면 가구당 3억6,500만원의 초과이익을 보는 데 용적률이 10% 올라가면 5억5,100만원으로 졸지에 2억을 더 벌게 된다니 안 오르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재건축과 재개발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집값을 잡지 못하면 늘어난 주택이 이미 집을 가진 부유층의 투기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1990년 이후 15년간 강남구에 새로 지은 주택 100채 중 95채가 이미 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갔고, 서울시의 경우 50.1%, 전국적으로도 46.1%의 신규주택이 내 집 마련이 아닌 투기수요에 충당됐던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정책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강남은 재건축으로 강북은 재개발로 서울시 집값 땅값이 치솟고, 수도권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경기도 일대 땅값도 춤추고, 대운하 포크레인 소리에 놀라 전국 곳곳 부동산값이 들썩거리는 끔찍한 투기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


끔찍한 투기시대 도래한다


  더구나 환경부를 건교부에 흡수하겠다,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하지 않겠다, 주택관련 은행대출규제도 풀겠단 소리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거추장스럽던 환경문제도 밀쳐낸 '부동산 관벌'은 개발주의 날개를 달게 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건설재벌은 아파트 분양가를 충분히 올려 받게 되며, 은행 대출 받아 투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리낌 없이 부동산 재태크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지금까지 쏟아낸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거나 바꾸기보다는 불도저처럼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택계급’ 또는 ‘부동산계급’ 별로는 이해관계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해서 집도 많고, 빌딩도 많고, 땅도 많은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이야 얼마나 가슴이 설레겠는가. 그러나 빌딩도 없고, 땅도 없고, 집도 없는, 국민 열 중 넷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빌딩도 없고, 땅도 없지만 간신히 대출 끼고 집 한 채 산 대다수 서민들도 내리막길을 타긴 마찬가지이다. 끝으로 이명박 부동산 정책이 현실화됐을 때 진보와 개혁을 부르짖는 세력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아파트값이 전국 평균 34%, 서울 53%, 강남권 64%가 각각 치솟은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서민들 술자리나 모임에서 오고 간 화제 거리의 절반은 부동산이 아니었나 싶다.


진보정당,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


  그런데도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해온 자칭 개혁세력이나 자칭 진보세력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인 양 엉뚱한 데 정신 팔다가,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하는 야유를 넘어 ‘투기방조당’ ‘투기무관심당’이란 모욕을 들어야 했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렸으니 서민들이 외면하는 게 당연하다. 어떤 정치학자는 17대 대선을 ‘유권자의 복수’라고 표현했다는데, 부동산 때문에 죽을 맛이던 서민들이 엉뚱한 데 정신 팔고 사는 ‘자칭개혁’ ‘자칭진보’에게 ‘부동산 복수’를 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 복수’의 의미를 아직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래가지고서야 기나 긴 이명박 정권 5년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이명박 정권에서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 따져볼수록 가슴이 답답하다. (레디앙/손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