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

녹색세상 2007. 12. 28. 19:24
 

  많은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자신의 인생을 구제해 주길 바란다. 그 왕자님이 갖고 올 것은 변함없이 열정적인 사랑,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 여자를 편안히 해주는 매너 등 다양하다. 자신이 꿈꾸는 사랑과 열정, 경제력, 매너, 외모를 모두 갖춘 남자가 있다면 여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위해 헌신할 각오까지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진짜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사랑하거나 결혼한 이는 드물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신정아와 변양균씨의 관계에서 변씨는 신씨에게 백마 탄 왕자였을까? 그가 가진 권력과 경제력이 만약 신정아씨가 꿈꾸던 왕자님의 그것이라면 가능할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 연극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의 포스터


  많은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자신의 인생을 구제해 주길 바란다. 그 왕자님이 갖고 올 것은 변함없이 열정적인 사랑,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 여자를 편안히 해주는 매너 등 다양하다. 자신이 꿈꾸는 사랑과 열정, 경제력, 매너, 외모를 모두 갖춘 남자가 있다면 여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위해 헌신할 각오까지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진짜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사랑하거나 결혼한 이는 드물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신정아와 변양균씨의 관계에서 변씨는 신씨에게 백마 탄 왕자였을까? 그가 가진 권력과 경제력이 만약 신정아씨가 꿈꾸던 왕자님의 그것이라면 가능할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11월 30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i’의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는 이처럼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네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 넷이 사랑하는 남자는 180cm의 훤칠한 키에 돈도 잘 벌고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낭만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연극은 네 명의 주인공이 각각 사랑하는 ‘당신’과 통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네 여인이 모두 등장한 가운데 한 명 한 명에게 조명을 맞추면서 그들의 통화 내용을 전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카페 여주인은 워싱턴에서 날아올 그대를 기다린다. 이 여자는 그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주 통화를 하다 보니 그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여자의 조카는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갓 20대가 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모가 사랑하는 남자를 동시에 좋아한다. 이모 몰래 남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그 사람이 이모보다는 젊고 매력적인 자신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극의 주인공들 중 가장 절망적인 사람은 유명 칼럼니스트이면서 남편을 외국 지사로 떠나보낸 미나다. 9년 전 외국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딸을 키우던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남편 곁으로 출국하던 찰나에 갑작스레 그에게 이별 통보의 전화를 받는다. 깊은 절망으로 괴로움에 휩싸인 그녀는 단짝 친구 윤주에게 전화를 한다. 미나를 위로해야 할 윤주는 정신이 이미 딴 데 가 있다. 그녀 역시 매우 착실한 남편과 아이들이 있건만 사랑의 환상을 심어주는 한 남자를 연모한다. 그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얘기에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발톱을 깎다가 벌떡 일어나 단장을 시작하는 윤주.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까?


  윤주는 먼저 절망에 빠진 미나를 위로하러 간다. 한 카페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운명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카페의 주인인 영희와 윤주는 바로 여고 동창생이었던 것이다. 이 둘은 서로의 만남을 반가워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사랑에 빠진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쓰러진 친구 미나는 안중에도 없다. 미나의 온갖 하소연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남성이 너무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들이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극이 절정에 달할수록 그 남자가 곧 미나의 남편일 것이라는 복선마저 깔린다.

 

 


“너희들이 그토록 좋다고 목매다는 남자가 바로 내 남편이잖아!”


  이런 미나의 외침은 네 명의 주인공을 모두 혼돈 속으로 빠뜨린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원망하며 싸움을 시작한다. 이들의 싸움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서로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에 대한 환상을 지워가는 여인들. 결국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둘러대고 나타나지 않는 그 남자를 기다리면서 여인들은 생각에 잠긴다. 극의 마지막에서 미나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한 선배가 읽어 준 축시를 읊는다. 미나는 시를 떠올리면서 자기가 너무 남편에게 의지한 채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에 카페 주인인 영희와 조카 혜미 또한 제 삶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 왔음을 반성한다. 윤주 또한 아이들과 남편이 주는 포근함을 잊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행복한 봄날을 꿈꾸자는 다짐과 함께 건배를 하는 여자들. 이들에게 백마 탄 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실현시켜줄 남자를 기다리기에 지친 주인공들은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는 방향을 선택한다. 계속 남자를 기다리며 환상을 품던 여자들은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인형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주체가 되고자 일어선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여성들이여,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마라.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능동체로 살아가라!”


  극의 연출자는 직접적이고 선동적인 태도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네 명의 여성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제를 전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여자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는 적절히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여성, 세상에 백마 탄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어른들, 그리고 여성들이 지닌 환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오마이뉴스/강지이)



  많은 여성들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자신의 인생을 구제해 주길 바란다. 그 왕자님이 갖고 올 것은 변함없이 열정적인 사랑,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경제력, 여자를 편안히 해주는 매너 등 다양하다. 자신이 꿈꾸는 사랑과 열정, 경제력, 매너, 외모를 모두 갖춘 남자가 있다면 여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위해 헌신할 각오까지 한다. 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진짜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사랑하거나 결혼한 이는 드물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신정아와 변양균씨의 관계에서 변씨는 신씨에게 백마 탄 왕자였을까? 그가 가진 권력과 경제력이 만약 신정아씨가 꿈꾸던 왕자님의 그것이라면 가능할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11월 30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i’의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는 이처럼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네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 넷이 사랑하는 남자는 180cm의 훤칠한 키에 돈도 잘 벌고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낭만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연극은 네 명의 주인공이 각각 사랑하는 ‘당신’과 통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네 여인이 모두 등장한 가운데 한 명 한 명에게 조명을 맞추면서 그들의 통화 내용을 전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카페 여주인은 워싱턴에서 날아올 그대를 기다린다. 이 여자는 그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주 통화를 하다 보니 그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여자의 조카는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갓 20대가 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모가 사랑하는 남자를 동시에 좋아한다. 이모 몰래 남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그 사람이 이모보다는 젊고 매력적인 자신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극의 주인공들 중 가장 절망적인 사람은 유명 칼럼니스트이면서 남편을 외국 지사로 떠나보낸 미나다. 9년 전 외국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딸을 키우던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남편 곁으로 출국하던 찰나에 갑작스레 그에게 이별 통보의 전화를 받는다. 깊은 절망으로 괴로움에 휩싸인 그녀는 단짝 친구 윤주에게 전화를 한다. 미나를 위로해야 할 윤주는 정신이 이미 딴 데 가 있다. 그녀 역시 매우 착실한 남편과 아이들이 있건만 사랑의 환상을 심어주는 한 남자를 연모한다. 그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얘기에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발톱을 깎다가 벌떡 일어나 단장을 시작하는 윤주.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까?


  윤주는 먼저 절망에 빠진 미나를 위로하러 간다. 한 카페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운명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카페의 주인인 영희와 윤주는 바로 여고 동창생이었던 것이다. 이 둘은 서로의 만남을 반가워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사랑에 빠진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쓰러진 친구 미나는 안중에도 없다. 미나의 온갖 하소연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남성이 너무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들이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극이 절정에 달할수록 그 남자가 곧 미나의 남편일 것이라는 복선마저 깔린다.


“너희들이 그토록 좋다고 목매다는 남자가 바로 내 남편이잖아!”


  이런 미나의 외침은 네 명의 주인공을 모두 혼돈 속으로 빠뜨린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원망하며 싸움을 시작한다. 이들의 싸움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서로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에 대한 환상을 지워가는 여인들. 결국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둘러대고 나타나지 않는 그 남자를 기다리면서 여인들은 생각에 잠긴다. 극의 마지막에서 미나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한 선배가 읽어 준 축시를 읊는다. 미나는 시를 떠올리면서 자기가 너무 남편에게 의지한 채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에 카페 주인인 영희와 조카 혜미 또한 제 삶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 왔음을 반성한다. 윤주 또한 아이들과 남편이 주는 포근함을 잊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행복한 봄날을 꿈꾸자는 다짐과 함께 건배를 하는 여자들. 이들에게 백마 탄 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실현시켜줄 남자를 기다리기에 지친 주인공들은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는 방향을 선택한다. 계속 남자를 기다리며 환상을 품던 여자들은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인형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주체가 되고자 일어선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여성들이여,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마라.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능동체로 살아가라!”


  극의 연출자는 직접적이고 선동적인 태도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네 명의 여성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제를 전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여자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는 적절히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여성, 세상에 백마 탄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어른들, 그리고 여성들이 지닌 환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오마이뉴스/강지이)



  11월 30일부터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에서 공연한 ‘극단 i’의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는 이처럼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네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 넷이 사랑하는 남자는 180cm의 훤칠한 키에 돈도 잘 벌고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낭만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다. 연극은 네 명의 주인공이 각각 사랑하는 ‘당신’과 통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네 여인이 모두 등장한 가운데 한 명 한 명에게 조명을 맞추면서 그들의 통화 내용을 전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카페 여주인은 워싱턴에서 날아올 그대를 기다린다. 이 여자는 그 남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자주 통화를 하다 보니 그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된다. 여자의 조카는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갓 20대가 된 젊은 여성이다. 그녀는 이모가 사랑하는 남자를 동시에 좋아한다. 이모 몰래 남자와 연락을 취하면서 그 사람이 이모보다는 젊고 매력적인 자신을 더 사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극의 주인공들 중 가장 절망적인 사람은 유명 칼럼니스트이면서 남편을 외국 지사로 떠나보낸 미나다. 9년 전 외국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딸을 키우던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남편 곁으로 출국하던 찰나에 갑작스레 그에게 이별 통보의 전화를 받는다. 깊은 절망으로 괴로움에 휩싸인 그녀는 단짝 친구 윤주에게 전화를 한다. 미나를 위로해야 할 윤주는 정신이 이미 딴 데 가 있다. 그녀 역시 매우 착실한 남편과 아이들이 있건만 사랑의 환상을 심어주는 한 남자를 연모한다. 그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얘기에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발톱을 깎다가 벌떡 일어나 단장을 시작하는 윤주.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까?


  윤주는 먼저 절망에 빠진 미나를 위로하러 간다. 한 카페에 들어서면서 이들의 운명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카페의 주인인 영희와 윤주는 바로 여고 동창생이었던 것이다. 이 둘은 서로의 만남을 반가워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사랑에 빠진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쓰러진 친구 미나는 안중에도 없다. 미나의 온갖 하소연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남성이 너무나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들이 동일 인물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극이 절정에 달할수록 그 남자가 곧 미나의 남편일 것이라는 복선마저 깔린다.


“너희들이 그토록 좋다고 목매다는 남자가 바로 내 남편이잖아!”


  이런 미나의 외침은 네 명의 주인공을 모두 혼돈 속으로 빠뜨린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원망하며 싸움을 시작한다. 이들의 싸움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서로에게 발길질을 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던 백마 탄 왕자에 대한 환상을 지워가는 여인들. 결국 백마 탄 왕자는 오지 않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둘러대고 나타나지 않는 그 남자를 기다리면서 여인들은 생각에 잠긴다. 극의 마지막에서 미나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한 선배가 읽어 준 축시를 읊는다. 미나는 시를 떠올리면서 자기가 너무 남편에게 의지한 채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에 카페 주인인 영희와 조카 혜미 또한 제 삶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 왔음을 반성한다. 윤주 또한 아이들과 남편이 주는 포근함을 잊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행복한 봄날을 꿈꾸자는 다짐과 함께 건배를 하는 여자들. 이들에게 백마 탄 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꿈과 사랑을 실현시켜줄 남자를 기다리기에 지친 주인공들은 스스로 삶의 중심이 되는 방향을 선택한다. 계속 남자를 기다리며 환상을 품던 여자들은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인형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의 주체가 되고자 일어선다. 연극이 주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여성들이여,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마라.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능동체로 살아가라!”


  극의 연출자는 직접적이고 선동적인 태도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부조리한 네 명의 여성이 보여주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주제를 전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여자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는 적절히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여성, 세상에 백마 탄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어른들, 그리고 여성들이 지닌 환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일 것이다. (오마이뉴스/강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