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동국대에 잘못 시인…“대학원 부국장이 서명 잘못해”
신정아(35)씨 교수 임용 과정에서 동국대의 요청에 따라 예일대가 보내온 신씨의 박사 학위 증명서 팩스는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예일대 대학원 부학장인 파멜라 셔마이스터가 직접 서명한 진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신씨가 실제 박사 학위를 따지 않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 만큼, 예일대 관계자 가운데 누군가가 신씨의 박사 학위 위조를 은폐하는 데 적극 가담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조사 받으러 검찰청에 들어오는 변양균ㆍ신정아.
동국대학교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수잔 카니 미국 예일대 부총장이 2005년 9월22일 동국대에 보낸 (신씨의 박사 학위 증명서) 팩스는 셔마이스터 부학장이 서명해 보낸 진본임을 알려왔다”며 “예일대는 신씨 사건이 터진 뒤 이 팩스가 진본이 아니라고 부인했던 데 대해 잘못을 시인하고 동국대에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지난 7월 신씨 사건이 불거진 뒤 예일대로부터 받은 팩스를 공개했지만, 예일대는 “동국대로부터 학력조회 요청 공문도 받지 않았고, 동국대가 받았다는 확인서 양식이 다를 뿐 아니라 셔마이스터 부학장의 서명은 위조된 것”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한진수 동국대 부총장은 “2005년 9월 신씨의 학력 확인을 요청한 등기 우편물이 미국 예일대 우편집배국 직원 마이클 무어에게 전달된 사실을 예일대에 통보하면서 그 경위와 해명을 계속 요구했더니, 예일대가 최근 잘못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셔마이스터 부학장이 왜 거짓 사실을 담고 있는 팩스에 서명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한 부총장은 “예일대 쪽이 ‘업무 과중으로 빚어진 착오’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런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누군가가 여러 가지 결재서류 가운데 신씨 학위 증명 팩스를 끼워 넣어 바쁜 부학장이 모르고 서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예일대 우편집배국 직원 마이클 무어가 접수한 동국대의 학력 확인 요청 공문을 누군가 가로채 부학장의 결재서류에 끼워 넣어야 가능하다.
셔마이스터 부학장이 신씨와 공모하거나 예일대의 다른 인물로부터 부탁을 받고 서명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의연 동국대 경영관리실장은 “지난 7월 셔마이스터 부학장에게 팩스에 서명이 돼 있는 이유를 묻는 전자우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행정적 착오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정아씨 사건이 불거진 지난 7월 예일대가 이 팩스가 위조된 것이라고 잘못된 해명을 거듭한 점도 의문이다. 동국대는 이런 의문들을 미국 수사기관이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국대는 “신씨 채용 당시 예일대가 제대로 검증해 가짜 학위임을 밝혀줬다면 채용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고, 지난 7월에라도 팩스가 진본임을 확인해줬다면 동국대에 대한 세간의 의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현지에서 피해 배상을 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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