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이랜드 비정규직, “기쁘지만은 않은 성탄”

녹색세상 2007. 12. 26. 14:24
 

기독교사회선교연대 등 18개 단체, 이랜드 비정규직들과 성탄예배

    

  기독교사회선교연대,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18개 개신교 단체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함께 25일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홈에버 매장 앞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가졌다.설교에 나선 권오성 목사(교회협 총무)는 “성탄은 기쁜 날인데 마음이 기쁘지만은 않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는 여기 있는 모든 노조원들이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는 향린교회, 희년마을교회 등 성도들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 500여명이 함께했다.



  또한 권 목사는 “사람을 얼마만큼 노동할 수 있는가 하는 노동력, 생산의 한 요소로만 보지 않고 한 노동자를 세상보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곳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참으로 칭찬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권 목사는 “법을 다 지키는 것보다 왜 그 법이 생겼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법에 미비한 점이 있다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경제논리만을 주장하지 말고 한 가정을 생각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기독교 정신으로 기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복희 집사(이랜드 노동자)는 “박성수 회장은 교섭 자리에 나와 터놓고 대화하자”면서 “박성수 회장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직원들을 괴롭히지 않고 노조 탄압보다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해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공동 기도문을 낭독한 이영기 씨(생명평화연대)와 조신정 씨(한기연)는 “자본을 독점한 기업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타인의 미래를 홀대하고 있다.”며 “차가운 겨울바람 속으로 언제든 그들의 걸음을 몰아내고, 소중한 가족의 일상을 강탈해버리는 냉혈한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어 있다.”고 말했다.

 

 ▲ 홈에버 매장 주변에는 수십 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됐다.     © 뉴스파워


  또한 “이랜드는 목숨 건 절박함에도 아랑곳없이 보란 듯이 노조 지도부 33명을 집단 해고했다.”면서 “쾌락 속에서 작심하고 당신(예수 그리스도)에게 대항하는 죄악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예배 후에 이랜드비정규직문제해결을위한기독교대책위는 긴급회의를 갖고 이날 ‘박성수 회장이 사랑의 교회 장로직을 사임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신승원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회사에 압력을 주기 위해 삼사십대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본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목회자들이 나서서 알려야한다. 교회가 싶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삼엄한 경비 속에 이뤄졌다. 홈에버 매장 주변에는 경찰 수십 명이 지켰으며 들어가는 입구마다 경호원들이 대여섯 명 씩 배치됐다. (뉴스파워/최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