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노동자 감시 복사판 (주)ASA
(주)ASA에서 회사측이 노동조합 회의를 도청한 문서가 발견되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금요일 오후 3시 반께 공장장실에 면담을 위해 들어갔던 전국금속노동조합(약칭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ASA지회의 조합원들이 공장장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상황일지’를 발견했다. 이 ‘상황일지’에는 당일 오전 노동조합 회의의 발언자와 발언 시간, 발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 항의하고 있는 조합원들, 사측 관리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사진: ASA지회]
금속노조 ASA 지회는 21일 오후 1시 금산군청에서 군수에게 (주)ASA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면담을 가지고 2시경 공장으로 복귀했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사용하고 있던 강당과 탁구장으로 회사 측이 영업부의 이삿짐을 옮기려는 것을 발견했다. 노동조합 사무장과 조합원들은 이 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오후 3시 반 무렵 공장장실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사무장이 공장장에게 이삿짐 문제를 항의하고 있던 중, 한 조합원이 공장장의 책상 위에서 이상한 문서를 발견했다. ‘12월 21일(금요일) 상황일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문서에는 당일 아침 노동조합의 회의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서는 분 단위로 작성되었으며, 발언자와 발언내용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문서를 발견한 조합원은 이 문서를 노동조합 사무장에게 넘겼고, 사무장이 이 문서를 확인하면서 상황이 급변되었다.
공장장 “내가 직접 듣고 작성했다”
▲ 조합원들에게 공개사과 하고 있는 공장장 [사진: ASA지회]
조합원들은 공장장에게 이 문서 작성을 지시한 자와 작성한 자를 추궁하고, 도청 장치의 설치여부를 물었으나 노두영 공장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도청 장치는 설치하지 않았다. 밖에서 듣고 직접 작성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ASA 지회에 따르면, 당일 아침 강당에서 회의를 할 때 중요한 내용은 마이크를 끄고 구두로 낮게 발언했다. 마이크를 껐을 때는 강당의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노동조합 간부들조차 그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상황일지’에는 구두로 발언한 내용까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따져 물었으나 공장장은 그때부터 입을 다물어버렸다. ASA 지회는 ‘상황일지’라는 문서 양식으로 볼 때 이 사건이 1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청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상황일지 전부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공장장은 “이 문서 하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후 노동조합이 계속 공개사과를 요구하자, 공장장은 8시 20분경 ASA지회의 조합원들 앞에서 “문서는 오늘 군청 집회내용이 궁금해서 내가 직접 듣고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다. 오늘 처음 작성한 것이라 다른 문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노두영 공장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문의하자 “공장 책임자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것일 뿐, 관계가 없다. 담당부서가 따로 있다”고 답변했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위반, 10년 이하의 징역
노동조합은 현재 당시 입수한 도청 문서와 공장장의 발언 녹음, 사진 등을 확보하고 고발조치를 준비 중이며, 회사 측에 “상황일지 전부 공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송영섭 변호사는 “이 사건은 증거가 명확한 불법 도청 사건으로 보인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위반에 해당한다. 회사 내부 시설이라고 할지라도 노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녹취하거나 녹음할 경우에는 이 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관련자들은 법률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벌칙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세상/최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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