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던 2007년도 저물어간다. 역대 가장 재미없는 선거라고 했던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는 정권 인수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모양이다. 국민들도 한해를 정리하고 곧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08년 새해, 우리 국민의 삶은 나아질 것인가?
▲이명박 당선자의 웃음은 곳곳에 늘린 지뢰와 시한폭탄으로 언제 피눈물로 변할지 모른다.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진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 어떤 고결한 이념이나 가치도, 정치나 사회도 먹고사는 문제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 국민이 이번 대선에서 최고의 가치로 여긴 것은 경제다.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 대통령’을 모토로 지지를 호소했고 당선되었다.
법인세 줄이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까?
한마디로 표현한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 공약은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것이다.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국민에게 좋은 일일까? 유감스럽게도 다수 서민의 세금을 줄이는 것에 방점이 있지 않다. 기업의 법인세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0%까지 줄이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약 4조 7천억 원 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의 이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늘어난 이윤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그로 인해 성장이 3% 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현재 10대 대기업은 150조원의 현금을, 대기업군은 300조원의 현금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지금껏 돈이 없어서 투자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이 더 많은 이윤과 투자 여력이 생기면 과연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임금이 올라갈 것인가? 기대를 갖기 쉽지 않은 일이다.
20조 원 예산 절감과 경부운하 건설
세금을 줄이면 나라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명박 당선자는 국가 예산을 10% 절감하겠다고 했다. 나라 예산이 약 200조원쯤 되니 20조원 이상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국방비와 같은 경직성 예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예산 10% 절감은 적은 숫자가 아니라 매우 큰 수치이다. 어디서 예산을 절감할 것인가? 대체로 공익적 성격을 지닌 사회복지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짐작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다수 국민에게 돌아갈 복지혜택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나라 예산이 대폭 절감되는데 도대체 4년간 16조 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경부대운하와 같은 대규모 토목건설은 무슨 돈으로 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당선자에게는 걱정할 일이 아닌 듯싶다. 정부 예산 한 푼 안들이고 민간예산으로 건설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투자자나 건설회사에게는 호재이겠지만 그 순간 경부대운하는 국민의 것이 아니게 된다.
정통 신자유주의가 성큼 다가온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금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대우 인터내셔널, 쌍용양회, SK 네트웍스 등도 모두 민간에게 매각하고 특히 우리은행 민영화를 서두르며 중소기업과 산업은행 조차도 민영화 절차를 밟겠다고 한다. 나라 경제를 모두 민간자본, 정확히 표현하면 사적 자본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나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정통 신자유주의주의란 것이다.
분명 대기업과 금융업이 기업하기는 좋아질 모양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이 이익을 남는 경영을 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듯하다. 더욱이 직장인들이 ‘일하기 좋은 경제’를 기대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듯하다. 우리 국민은 마음을 굳게 먹고 연말연시를 지내야 할 듯싶다. (손석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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