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대학평준화가 교육정상화 주문이다

녹색세상 2007. 12. 15. 00:21

 

  우리는 학벌사회에 살고 있다. 학벌사회가 아니었다면 학력위조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학벌간판으로 보는 풍조가 결국 간판 위조 사태를 불렀다. 학벌 간판이 가치를 가지는 한 그것을 둘러싼 사건사고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학벌사회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다. 극소수가 일류 간판을 독식하고 나머지 국민은 모두 간판 무산자 신세가 된다. 이런 구조에서 학벌 간판의 가치는 무한대로 증폭되고, 그 어떤 규제로도 학벌간판 사기사건의 범람을 막을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학벌간판을 향한 국민의 열망을 근절할 수 없다.

 

 


  그 열망이 비정상적인 입시경쟁, 사교육비열풍, 초중등교육 붕괴, 각종 학벌세탁 풍조, 그리고 학력위조 사태까지 초래했다. 학력위조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며 검증시스템 확립론이 나왔는데, 그것은 장벽을 더 높게 쳐 학벌간판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학벌기득권 주위에 장벽이 더 높게 쳐지면 위조를 통한 편법진입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학벌취득 경쟁, 즉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학벌간판이 귀족 행세하는 학벌사회를 부수는 것만이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효과적인 위조 방지책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마에 붙은 학벌간판이란 낙인으로만 보는 천박한 사회를 뒤집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지식 문화계의 허위의식이 깨져나간다. 학벌사회 혁파는 위조 방지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간판을 얻기 위한 전 국민적 무한경쟁은 반드시 사교육비 경쟁으로 비화해 필연적으로 부모의 지위가 대물림된다. 부자와 일반 국민 사이의 양극화가 대물림되면 봉건적인 신분체제가 사실상 다시 도래하게 된다. 민주공화국이라는 국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또, 입시성적에 연동되는 간판이 그 사람의 신분을 결정하는 지금과 같은 체제에선 각 개인의 문화적 창조성, 지적인 능력 등이 배양될 수가 없다. 그리하여 국가경쟁력도 배양될 수 없다. 학벌사회를 없애는 것은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대학을 평준화하면 된다. 그 순간 간판의 가치도 사라지고 간판 문화도 사라진다. 간판을 얻기 위한 무한경쟁과 위조문화가 모두 사라지고 정상적인 경쟁사회가 된다. 대학평준화야말로 우리 국민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교육부문 붕괴상을 바로잡을 주문이다. (참세상/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