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이랜드 비정규직에 굳게 닫힌 성탄절 교회 철문

녹색세상 2007. 12. 25. 03:23
 

가장 낮은 곳에 온 예수, 그는 누구와 함께 할까?


  예수가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났다는 성탄절. 시내 곳곳은 휘황찬란한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으로 들떠 있지만 그 곳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난 예수는 없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온갖 장식물을 걸어 놓은 교회 안에도 예수는 없다. 예수가 함께 한다면 이들과 함께 하지 않을까.

 

 ▲ 명동성당의 시설보호 요청으로 경찰들이 들머리를 막아섰다. (사진:이정원 기자)


  그들은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나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갈 곳 없는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 말이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교회 앞에 농성을 시작했다.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은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장로로 있다는 강남의 ‘사랑의교회’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성탄절인 25일에는 홈에버 상암점 앞에서 예배도 드릴 예정이다.


“박성수 장로가 노조와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호소


  교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며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은 명동성당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농성을 하며 저희가 처한 현실을 호소하며 지낸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다”라며 “이제 박성수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사랑의 교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리고 “사랑의 교회는 교회에 와서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고, 180일 째 거리에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호소하고, “박성수 회장이 이랜드-뉴코아 사태의 해결을 위해 직접 노조 대표와의 면담 및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오정현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일요일(23일) 예배 설교에서 “교회는 정치적 장소가 아니”라며 “정치적으로 불간섭과 무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오정현 목사는 “그들에게 화장실도 개방하고, 필요하면 커피도 드릴 것이며 위로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뉴코아-이랜드노조는 “우리는 사랑의 교회에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니”라며 “우리는 박성수 장로를 십일조의 성공사례로 선전하고 극찬했던 기독교 목사님들과 이런 행태를 묵인하고 방치했던 기독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랜드비정규직문제해결을위한기독교대책위도 “이랜드 문제는 기독교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심각한 삶의 위기로 내모는 등 신앙적 정책성을 정면으로 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랜드는 노조 간부들에 대한 해고와 고소 등 강경대응을 접고 노조와 국민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아 기독교 기업으로 이랜드 위상을 되찾아 주길 당부한다”라고 밝히고, 이랜드 사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성탄절에는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과 함께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24일, 민주노총 경기본부 주최로 홈에버 평촌점 앞에서 집회를 열며, 시흥점, 인천 구월점, 면목점, 중계점을 돌면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저녁에는 사랑의교회 앞에 모여 촛불기도회를 연다. 한편, 이랜드 사측은 노조 측이 제안한 집중교섭 직전에 뉴코아노조 간부 18명, 이랜드일반노조 간부 15명 총 33명을 해고했다. (참세상/이꽃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