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표는 꾸중물 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다음 달 대선에 그의 당선은 ‘필연’이다. 비아냥이 아니라 냉철한 결론이다. 이명박이야말로 대한민국 실체에 가장 가까운 후보다. 마땅히 대한민국을 대표할 ‘얼굴’이다. 숱한 비리 의혹이 불거져도 그의 지지율은 건재하다. 다른 후보라면 일찌감치 주저앉았을 지지율도 흔들리지 않는다. 무지렁이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 있다.
오해 없기 바란다. 유권자가 꾸중물이란 뜻이 결코 아니다. 꾸중물은 경상도 사투리다. 하지만 표준말 구정물보다 더 퍼져있다. 이명박 표를 왜 ‘꾸중물 표’라 하는 걸까. 대쪽 이회창과 견준 말이다. 이회창은 ‘대쪽’이란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표가 빠져나갔지만, 이명박은 다르다는 통찰이다. 이명박이 살아온 곳은 ‘대나무 숲’이 아니라 ‘꾸중물’이었음을 이미 국민이 알고 있기에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실 아무도 이명박을 ‘깨끗한 후보’로는 여기지 않았다. 의혹이 곰비임비 불거져도 개발시대 건설회사 사장으로선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두남둬왔다. 딴은 옳지 않은가. 보라. 저 도도하게 흘러가는 꾸중물을. 개수틀로 흐르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모든 곳에서 흘러나와 콸콸 넘쳐난다. 대한민국의 정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예술계 곳곳을 강물처럼 유유히 흐른다. 운하처럼 관통한다.
삼성, 검찰, 언론까지 대한민국은 꾸중물 공화국
삼성재벌의 검은 돈이 정가는 물론, 검찰과 판사, 재경부와 국세청, 언론사에 이르기까지 뿌려졌다는 ‘고발’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꾸중물 공화국’인가를 실감케 한다. 그럼에도 보라. 언론은 축소로 일관하고 있다. 양심선언에 나선 변호사의 양심을 의심한다. 물론, 아직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무지렁이들은. 왜 저 영민한 검찰이 우물쭈물 하고만 있는지, 왜 저 기름진 재경부와 국세청의 고위 공무원들이 엄청난 명예 훼손에 침묵만 지키고 있는지. 왜 저 살찐 언론이 조용조용 보도하고 있는지.
그 뿐 아니다. 부패를 추방했노라고 눈 부라리던 노무현 정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세청장이 구속됐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또 어떤가. 재경부와 검찰이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온 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방관만 하고 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침묵은 당연하지 않은가.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권영길 후보는 불법집회의 주모자로 내몰린다. 삼성 비자금을 받았던 자들이 불법집회를 용납할 수 없노라고 부르대는 풍경은 얼마나 볼썽사나운가. 그렇다. 꾸중물 공화국, 대한민국의 실체다. 어느덧 우리 모두 그 꾸중물에 익숙해 있다. 그 결과다.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은 필연이다.
자식을 유령직원으로 만들어 탈세, 대통령 할 사람이 이리도 없는가?
자신의 엄청난 부동산을 관리하려고 세운 기업에 딸과 아들을 ‘유령 직원’으로 등재해놓고 월급을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도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눈감아줄 태세다. 기실 얼마나 ‘자상한 아빠’란 말인가. 다만 일하지 않는 자식에게 유령 직원으로 월급을 지급해온 그가 대선공약으로 노동자들에게 언죽번죽 ‘법 질서’를 강조해온 사실 앞에선 하릴없이 쓴웃음이 나온다. 그럼에도 툭툭 터져 나오는 의혹 앞에서 진정으로 참회하는 낯은 보이지 않는다. 딴은, 왜 반성하겠는가. 꾸중물 공화국인데. 자신은 삼성보다 깨끗하다고 자부할 터인데. 삼성 이건희 회장도 건재한 데. 대체 왜? 반성한단 말인가.
그래서다. 그저 묻고 싶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나직하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우리 그래도 좋은가. 평범한 국민은 상상도 못할 일을 저지른 후보가 대한민국 대통령이어도 괜찮은가. 대통령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 국민인가. 저 삼성 비자금 의혹이 구렁이 담 넘듯 흐지부지 되어도 눈 감을 터인가. 꾸중물 왕국의 꾸중물 신민이어도 좋은가. 민주공화국, 저 헌법 1조1항 앞에서 통곡하는 나는 너무 과민한가? (손석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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