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행복한 청소부와 막걸리 대통령

녹색세상 2007. 12. 11. 21:17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 100인이 보내는 지지 글


‘행복한 청소부’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독일 그림책입니다. 행복한 청소부는 하루 몇 시간만 거리를 청소하고 나머지는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독서를 합니다. 90년대에 이 그림책은 베스트셀러였고, 모두들 그 책을 보면서 행복한 청소부가 사는 독일을 부러워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 단 딸 아이의 손을 이끌고 백화점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로 시작되는 신동엽 시인의 시를 보신 적이 있나요? 신동엽 시인은 40년 전에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을 꿈꾸면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 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가더란다.”


우리는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청소부;는 그저 독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며, 신동엽 시인이 꿈꾸었던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도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의 얘기로만 알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도 행복한 청소부와 아름다운 석양 막걸리 싣고 가는 대통령을 갖고 싶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행복한 청소부 대신 투명인간 청소부가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출근 시간부터 퇴근 시간까지 계단을 수십 번 오르내리면서 쓰레기를 치우고, 커피 얼룩을 닦아내고,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고, 급설사에 뛰어 들어가는 승객에게 슬며시 문을 열어주는 투명인간. 우리는 날마다 지하철역을 지나다니지만, 청소부들은 우리에게 투명인간입니다. 우리에게 그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83만 원 받거든. 한 100만 원만 받으면 정말 하나도 안 힘들 것 같아.”


그토록 힘들게 일하고 83만 원 받는 투명인간 청소부의 한숨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또 다른 투명인간의 한탄도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습니다.


“내 나이가 50줄인데, 혼자 100만 원 벌어서 아이 공부 시키고 있습니다. 그럼 나라에서 ‘그 돈으로 한 달을 어떻게 사느냐, 나라에서 도와줄 것은 없느냐’라고 묻고 무슨 도움을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나라는 제 직장을 빼앗고, 이제는 경찰을 풀어서 잡아가네 마네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내 자식은 이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나와 우리 아이가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저개발국가가 아닙니다.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닙니다. 더 이상 안보 운운하며 분단을 고집할 나라도 아닙니다. 세금폭탄 운운 하며 복지를 묶어둘 나라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 역사를 가진 나라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룩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부패한 후보를 뽑는다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입니까?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고, 깨끗한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 개인적 이해관계보다 나라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가야할 곳은 대륙입니다. 남북통일을 이루고 유라시아 철도로 대륙을 활보하는 그런 나라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삼팔선 안에서 안보 운운하며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나라를 더 이상 계속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륙의 꿈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이 좁은 분단된 나라에서 안보 운운하며 더욱 안으로만 오그라드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북한을 껴안고 함께 대륙으로 뻗어나가 세계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그런 나라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최고 부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니라,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해온 정의로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자부심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행복한 청소부와 막걸리 대통령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런 나라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 버는 사람, 돈 맛을 아는 대통령이 아니라, 사람 맛,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눈물 섞인 막걸리 맛을 아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잘나가는 부자들과 함께 해온 경력이 아니라,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온 경력을 가진 대통령을 원합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을 꿈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낼 후보를 지지합니다. 화려한 혀보다 진실한 행동을 보여준 사람, 늘 우는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셔온 사람. 우리 논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사람. 이 땅에 자주와 평화의 꿈을 이루어내기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헌신해 온 사람. 우리가 지지하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는 바로 권영길 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