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포장마차 앞을 지나며....

녹색세상 2007. 12. 4. 12:44

 

 

 

  어둑해 지면 장사를 시작해 새벽 시 무렵에 파장을 하는 회전문 포장마차가 동네에 있다. 버스가 지나지 않는 길이라 4차선 도로임에도 출퇴근 시간 말고는 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성서 이곡동 한적한 곳에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어 동네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오늘 2시쯤 집으로  들어가는데 그 앞을 지나게 되었다. 끝날 때면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 포장마차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다. 정리하고 집에 가면 3시 넘어 씻고 나면 거의 4시가 될 텐데, 피곤한 몸 편하게 눕히지도 못하고 아이들 아침 먹여 학교 보내려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어린 자식들 집에 두고 장사하거 나온 부모들의 심정이 오죽하랴만 먹고 살아야 하니 눈물을 삼키고 나올 수 밖에 없다.


  저렇게 밤잠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갑갑하다. 피곤하고 몸살이 나더라고 손님 놓칠 수 없어 안 빠지고 나오는 것 같다. 차가 별로 안 다니는 곳이라 구청의 단속도 없는 모양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 값, 오르면 내릴 줄 모르는 물가에 생활비는 자꾸만 늘어나는 게 우리네 살림살이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그 뒤를 따라가는 것 조차 버거운 게 서민들의 삶이다. 하기 좋은 말로 ‘그래도 집사고 먹고 사는 사람 있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없기야 하겠는가만 과연 몇이나 될지 곱씹어 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피곤하고 지칠 때 마다 일부러 그 앞을 지나곤 한다. 같이 일하는 ‘포장마차회집’의 부부를 보면서 내가 기운을 얻는다. 사이좋게 일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30:70의 사회에서 이젠 10:90의 사회로 바뀌었고 갈수록 그 격차의 골은 깊어만 간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00만명’에 육박하고, 대학 졸업한 팔팔한 청년들의 태반이 백수가 된지 이미 오래고, ‘88만원 세대’로 아르바이트 말고는 할 게 없다. 민란이라도 일어날 것 같이 불만은 토로하지만 폭풍전야인지 조용하기만 하니 참 갑갑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남들이 잘 때 같이 자고, 남들이 깨어나 일 할 때 같이 활동하고 일하는 세상이 정녕 아름다운 세상이건만 언제 그런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 ‘야근이 암의 원인’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보고서가 얼마 전 발표도 있었는데 밤을 세워가며 일하는 저 부부가 건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