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철야근무를 암 유발 위험요인 중 하나로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WHO산하 암연구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 종양학’ 12월호에 실릴 연구보고서를 통해 철야근무와 암 관계를 분석하고 철야근무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으로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철야근무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자외선, 디젤엔진 배기가스와 동일한 수준의 ‘발암물질’에 속하게 된다.
▲현대인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암. 하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냉랭하기만 하다.
IARC가 철야근무를 암 위험요인으로 지정할 경우 미국암학회(ACS)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ACS는 지금까지 철야근무를 “불확실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고 입증되지 않은” 암 위험요인으로 분류해 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야근이 생체시계인 24시간 리듬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양발생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에 분비되는 것이 정상이다. 빛이 있으면 멜라토닌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조명아래서 야근을 하는 사람은 멜라토닌 수치가 떨어지면서 종양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또 야근은 수면부족을 가져온다. 사람은 밤과 낮을 완전히 뒤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렌셀리어 공업기술연구소 빛연구실장 마크 리어 박사는 말한다. 잠이 모자라면 면역체계가 약해져 암에 대행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야근은 또 신체의 자연적인 리듬을 흐트러뜨리면서 신체의 각 기관이 해야 할 일이 혼란에 빠진다. 리어 박사는 “제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면서 세포분열과 DNA수리 같은 것은 제 때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몸이 제 시간이 아닌 때에 어떤 일을 하거나 한 밤중에 음식흡수를 돕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면 잘못된 생물학적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연일 연장 근무로 과로사한 동료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 갈수록 노동여건은 열악하고 과히 살인적이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야근과 일근이 자주 교차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체시계를 수시로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고 국립암연구소(NCI)의 아론 블레어 박사는 말한다. 야근을 계속하는 것이 야근과 일근을 교대로 하는 것보다 악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야근자가 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멜라토닌 보충제를 복용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장기복용은 하지 말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다.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멜라토닌 생산기능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체는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야간조명 색깔이 있는지 실험을 해 보기도 했다. 멜라토닌 생산에 가장 영향이 적은 조명색깔은 붉은색인 것 같은데 작업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색이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코네티커트 대학 보건센터의 암역학 교수인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우리 몸은 밝음과 어둠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야근을 마치고 낮에 수면을 취할 때 방을 어둡게 하고 자라고 권한다.
주야 맞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과로로 죽거나 돌연사 하는 구체적인 원인을 알았다. 이래도 심야 근무를 시켜가며 사람을 쥐어뜯어 가며 돈을 버는 이 사회를 그냥 방치할 것인지 정부와 자본을 답해야 한다. OECD 가입 국가 중 사람의 피를 말리는 시간대인 ‘2-4시 사이’에 병원과 소방서ㆍ경찰 등을 제외하고 일을 시키는 국가는 없다. 그 시간에 근무할 경우 ‘심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을 버려두고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죽음의 노동환경으로 사람을 내 몰지 마라. 죽으려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연합뉴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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