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기독기업이 버린 비정규직, 기독교에 도움 호소

녹색세상 2007. 11. 28. 17:50
 

“이랜드그룹 회장 박성수 장로가 예수의 마음으로 아주 조금만 내려앉으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신음과 피눈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박 장로가 이 시대의 가장 약자인 이들을 볼 수 있도록 교회는 기도하며 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홍성현 수송교회 원로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18개 기독 단체로 구성된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준)’는 28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독교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독교대책위는 “국민들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를 한 기업의 노무정책으로 보기보다 기독교 기업의 신앙과 양심의 문제로 지켜보고 있다”며 “그동안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이랜드마저 여론의 도마에 오름으로써 한국교회 선교는 치명타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준)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앞에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 설 것을 촉구했다.


  기독교대책위는 또, “이랜드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는 한국의 대표적 기독교 기업을 자칭하던 기독교 기업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한국교회에 주어진 책임이 무겁다”며 “이번 이랜드 문제는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성서에 노동조합이 없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박성수 장로는 노조가 성서에 없다고 거부하지 말고 차별 없는 임금지불과 인간적 대우를 촉구하는 복음서의 ‘포도원 비유’와 같은 기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태도”라고 덧붙였다. 기독교대책위는 박성수 회장에게 ▲비양심적인 언론플레이 중단 및 성실한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 ▲조합원에게 가해진 손해배상 및 가압류 전면 철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 설 것 등을 촉구했다.


  정의평화위원장 유원규 목사는 “하나님의 정의에 위배되는 모습을 기독교 기업이 보이고 있지만 기독교는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마치 하나님의 축복인양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교계는 이랜드 사태를 계기로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신학자협의회 사무처장 배영미 목사는 “지난 7월8일 교회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19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고 자신들이 바로 죄인이라고 회개했지만 그날 월드컵 경기장 한켠에선 비정규직 강제용역전환 중단을 요구하는 이랜드 노동자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진정성이 전혀 없는 거짓 회개‘에 불과했다”며 “이런 거짓 회개가 이랜드 같은 악덕기업을 낳게 했다”고 꼬집었다.


  27일 부터 KNCC에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20여명과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이랜드 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기독교에 호소키 위해 KNCC를 찾아왔다”며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1천만 기독교인이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랜드 사태가 150일을 넘기면서 노조원 중엔 집에서 쫓겨 나 다른 곳에서 기거하는 등 가정파탄 위험과 함께 정신과 치료를 받는 노조원까지 생기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독교대책위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이랜드 사태를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해 각 교회에 배포 및 홍보 활동을 펴기로 했다. 또, 이랜드 임원들의 교회를 방문해 설득하는 활동도 벌이기로 뜻을 모았다. 예수는 ‘약자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건만 이랜드자본의 박성수는 이를 외면하고, 약자들인 노동자들의 밥줄마저 끊어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그 죄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대책위원회는 이 시대의 약자들인 ‘이랜드 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9일부터 2주일 동안 촛불기도회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