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이건희 ‘행복의 눈물’ 감상할 때 ‘피눈물’ 흘렸다

녹색세상 2007. 11. 27. 11:25
 

민주노동당ㆍ삼성SDI 해고노동자, 삼성 미술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그룹의 해외비자금 조성과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의 분식회계 등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등의 비자금 규모는 7조 2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홍라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과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불법 조성된 비자금으로 600억원 상당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노동당과 삼성 SDI 비정규 해고 노동자들은 26일 오후 4시 홍라희 여사의 개인 소유로 알려진 리움 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일가를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삼성 SDI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삼성물산의 해외지점들이 삼성전관(현 삼성 SDI)과 비자금 조성에 관해 합의서를 맺었던 내용에 대해서도 분격했다.


  또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홍라희 여사가 2002년 당시 716만 달러에 이르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구입, 이건희 회장의 자택에 걸어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건희 일가가 ‘행복의 눈물’을 보며 기뻐할 때 서민들은 ‘고통의 피눈물’을 흘린다”고 분노했다. 참석자들은 ‘서민들은 분노한다, 이건희 회장을 구속하라’, ‘서민 가슴에 피멍든다, 이건희를 구속 수사하고 재벌 개헉 이룩하자’, ‘제대로 된 특검으로 삼성 비자금 철저히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자금 조성도 모자라 600억원 미술품 소장까지”


  기자회견 사회를 진행한 한성욱 기획조정실 국장은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 경위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건희 일가가 70억원의 ‘행복의 눈물’을 보며 감상할 때 연봉 1800만원의 삼성 SDI 여성 해고자들은 ‘고통의 피눈물’을 흘리며 울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국장은 “피땀 흘려 일한 노동자의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도 모자라 60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면 행복하냐”며 질타했다.


  김인식 중구위원회 위원장은 “슈퍼에서 돈 몇 푼을 훔쳤다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느냐”면서 “어마어마한 불법,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법은 이중 잣대를 대고 있다. 이 나라의 법이 수천억 원의 회계 조작도 구속, 수사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면서 “이러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일가가) 예전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지난 삼성 X-파일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거대한 삼성의 사슬, 뇌물, 비리로부터 과연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삼성이 대한민국의 사회를 오염, 부패시키고 있다”고 개탄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들은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 등이 연루된 부패, 비리 사태를 보며 돌아버릴 지경”이라면서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가슴에 대못이 박히고 구멍이 뚫린 국민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을 이었다.


  “잠시 여론의 질타를 받고 끝나버릴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한 정 위원장은 “(삼성그룹이) 로비하고 버티면 넘어가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건희 일가는 1억, 1백억, 1조원 등은 꿈도 꾸지 못하는 평범한 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고 큰 지 모를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민주노동당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땀 흘려 일하는 국민들의 분노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 비자금 특검 도입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권한보다 국민의 분노와 양심이 더 크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은 해고된 노동자들을 즉각 원직 복직시켜라”


  김경연 삼성 SDI 조합원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삼성 SDI 주야 맞교대로 12시간 일하며 연봉 1800만원 주는 것도 아까워 정리해고 당한 여성 노동자들은 오늘 또 다시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면서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한 지 250일, 노상 노숙투쟁 100일, 서울 상경 10일 그동안 우리들의 외침은 정말 듣지 못했단 말이냐”고 성토했다. 삼성 SDI 조합원들은 이건희 일가를 구속수사할 것,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즉각 원직 복직시킬 것, 삼성에 피해본 모든 사람들에게 사고하고 배상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미연 조합원은 “그 많은 돈을 쓸데없는 데 쓰지 말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게 써야 되는 것 아니냐”고 심경을 밝혔다. 이양희 조합원은 “정말 참담하다”면서 “밤낮,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연봉 2000만원도 못 받았다”면서 “그런 돈에 대해 이건희 일가는 휴지조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황망해하기도 했다.


이건희 일가 불법행위, 알면 알수록 기가 막혀… 특검 시행돼야


  이 날 김배곤 민주노동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비자금을 조성하라는 삼성 구조본의 명령에 계열사들은 불법행위의 수족이 되었고 분식회계를 감사해야 할 회계법인은 삼성에 매수되어 눈 감아 주는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없는 배가 바다위에 둥둥 떠다닐 정도라니 말이다”고 개탄했다. 김 부대변인은 “알면 알수록 이건희 일가의 불법행위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부대변인은 “특검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면서 “이건희 일가의 대규모 범죄 앞에 청와대가 주저할 이유가 없다. 만일 청와대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계속된다면 전직 대통령을 관리한 삼성이 현직대통령까지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