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비정규 노동자의 대통령이 되겠다!”

녹색세상 2007. 11. 26. 17:29
 

권영길 후보등록 이후 첫 일정, 비정규 대표자와 간담회로 시작

 

 △ 권영길 후보가 ‘비정규직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11월 25일 후보 등록을 마친 권영길 후보는 26일 첫 일정을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앞 코스콤 비정규지부 농성장에서 시작했다. 오전 9시 30분, 이곳을 찾은 권 후보는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대표자와 코스콤 비정규지부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습기가 차오르는 바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과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결의는 대단했다. 권 후보를 맞이하는 구호, “대선투쟁 승리하여 비정규직 철폐하자!”, “노동기본권 쟁취하여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우렁찬 함성이 되어 여의도 빌딩 숲 사이로 메아리쳤다.


  간담회에는 박대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의장, 정의헌 일반노조협의회 부의장, 고성진 전국보험모집인노조 위원장, 김효정 경인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김경욱 이랜드노조위원장,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80여 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노동자들이 간담회 자리를 가득 메웠다.


권 후보 “꼭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통령이 될 터”


  이 자리에서 권 후보는 “비정규 노동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어제 후보등록을 마친 민주노동당 후보로서 첫 걸음을 이 자리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는 권영길이 비정규직 노동자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다. 저, 권영길 비정규직 노동자 대통령이 꼭 대통령이 되겠다.”


  이어 권 후보는 대선 후보들이 모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하고 확산하는데 앞장선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후보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거짓정치인이 선거 때가 되니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가짜후보, 거짓정치인이 없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권 후보는 민주주노동당이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2번을 비정규할당하기로 한 사실을 알리며, 비정규 노동자의 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국회로 보낼 것인지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서 만든 삼성특검과 관련해서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며 노무현 대통령에서 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기업경영의 원칙을 잘 지켜야 기업이 번창한다고 생각한다”는 권 후보는 “기업경영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많이 이야기한다. ‘글로법 스탠다드’의 핵심은 회계투명성이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7대 기업으로 선정됐던 엔론사의 경우 회계부정, 즉 분식회계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엔론사 회장은 징역 185년을 구형받았다”는 사례를 얘기했다. 이어 “이건희 부자의 불법세습과 회계부정을 눈감아 주는 건 삼성을 엔론꼴로 망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 삼성 문제를 잘 푸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규 의장 “한국사회의 미래, 이랜드 보라”


  비정규 노조 대표자들은 한결같이 비정규직들과 진정성 있게 함께 했던 민주노동당과 함께 대선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정의헌 부의장은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정치세력은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부당하고 잘못된 사유로 해서 사람이 죽어가고, 고통스럽게 길거리를 헤매고, 가정파탄 나는 잘못된 세상을 바꿔나가는 출발이 대선”이라고 규정하며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당사자와 더불어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유일한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을 대선을 본격 시작하는 시점에서 확인하고 다짐하면서 힘찬 투쟁을 전개해 나가자”고 했다.


  문국현 후보 토론회에 다녀왔다는 김경욱 이랜드노조위원장은 “다른 당 후보들이 대선이 되니 전화해서 비정규 공약을 마련한다고 한다. 문국현 후보는 500만 개 일자리를 마련하면 다 된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하고 있다”며 “그들은 코스콤,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을 이용해 먹고 있을 뿐”이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권영길 후보를 향해 “비정규직 정규직 반드시 실현시켜 달라”고 당부하면서 “우리 노동자들도 민주노동당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효정 경인금융사무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코스콤, 한국금용안정 비정규지부가 선거운동이 곧 투쟁으로 되도록 힘을 실어줘 달라. 투쟁하는 사업장이 대선 중에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하면서 “가족, 조합원부터 조직해 진정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의를 밝히는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에 이어 박대규 의장은 “비정규직이 한국사회 모순의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진정성 있게 실천에 나서라는 애정 어린 비판을 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정치를 입으로 하지 않고 몸으로 하고 있구나 느끼게 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가선다. 우리문제를 당사자 입장같이 생각하고 움직이겠구나 할 수 있도록 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거운동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 의장은 “토론 자리에서 정말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양극화의 일부분, 숫자놀음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살고 있는지, 왜 목숨을 담보로 투쟁할 수 밖에 없는지 이런 부분을 절실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한국사회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랜드를 보라’고 하라.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후보들 절절맬 거다”고 꼬집었다.


  한편, 법적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첫날인 27일 오전 11시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유세단 발족식을 갖는다. 권 후보는 “내일 첫 공식 유세이고, 내용적으로 이랜드투쟁 승리를 위한 집회”라고 밝히면서 “우리 투쟁의 대오를 정비하고 투쟁열기를 높이고 승리결의를 다지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 역시 마음과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생각 갖고 있다. 정규직 가슴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차 앉아야 한다”며 “그런 부분 함께 헤쳐가고 법적 문제도 공약 사항으로 공표해서 풀어가겠다. 선거운동이 비정규직 투쟁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권영길 후보가 코스콤 농성장 앞에서 비정규노동자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