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조선일보의 이명박 의혹 칼럼

녹색세상 2007. 11. 23. 18:05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의 이명박 후보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폭로 예고는 대한민국을 태풍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지지자들은 마른 침을 삼켜 가며 잠을 설쳤고 반대자들 역시 또 다른 생각으로 목이 타들어 갔다. 국민들도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이 나라가 또 어디로 떠내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21일 새벽 4시 TV 카메라 앞에 앉은 인물은 에리카 김이 아니었다. 폭로 내용도 반대자들이 기대하던 ‘한방’과는 거리는 좀 있었으나 지지자들이 환성을 올리며 기뻐할 정도의 ‘헛방’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 국민의 이런 한심한 처지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검찰은 대통령후보 등록일인 25~26일에도 수사를 마무리 짓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경준의 기소 시한인 12월 5일까지 이렇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시빗거리를 제공한 사람이 시비하는 사람을 탓해 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모든 게 이명박 후보의 허물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후보의 2007년은 조용하게 넘어간 달이 없었다. 새로 터진 의혹에 전에 터진 의혹이 덮이는 식이었다.

 

▲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의 메모용지를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이런 이명박 후보를 그때마다 받쳐준 것은 지지자들이었다. 그들은 끝도 없는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비서관의 위증 폭로 때도 지지율 하락은 2%에 그쳤다. 부인의 위장 전입과 도곡동 땅, 자녀 위장 취업 등 잇따르는 시비와 의혹의 홍수 속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최대 3%를 넘지 않도록 맨몸으로 막아준 것도 지지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명박 후보의 온갖 허물을 때론 그가 성공을 일궈냈던 그 시대의 탁류 탓으로만 돌리고, 또 때로는 그가 몸담았던 복마전인 건설업종의 혼탁한 성격 때문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 가며 이명박 후보의 흉터에 애써 눈을 감았다.


이명박 후보는 LA 폭로가 있던 21일 마주치는 국민마다 자신에게 “힘드시죠, 걱정 마세요, 우리는 다 압니다”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더라고 했다. 말귀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국민들 이야기는 “정말 힘드네요, 걱정돼요, 이젠 저도 모르겠어요”라는 탄식이었다.


이명박 지지자들의 마음의 창은 의혹이 터질 때마다 실핏줄 터지듯 쫙쫙 잔금이 갔다. 이젠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쏟아져 내릴 듯한 금간 유리창이 돼버렸다. 이 마음 위로 BBK의 바위덩어리가 굴러 떨어졌다. 설령 지지자들의 상처 난 마음이 이 바윗덩이에 박살이 나지 않는다 해도, 그 아픔의 기억은 언젠가는 이명박 후보와 지지자들 사이에 쐐기를 박아 서로 등을 돌리는 계기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병박 후보가 답을 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상처 받은 지지자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이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심사숙고를 해야만 한다. 대선이라는 물살 거센 강을 무사히 건너려면 우선 짐부터 덜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재산 목록은 직장인 출신 CEO 이명박이 쌓아온 성공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 목록이 지금 이명박 후보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모든 의혹의 뿌리가 거기 닿아 있다. 의혹의 근원을 잘라낼 것인지, 그대로 버텨볼 것인지는 오로지 이명박 후보의 선택에 달렸다. ‘버리면 얻으리라’는 말뜻이 새삼 새로워지는 순간이 곧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강천석 칼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