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이회창의 대선출마는 웃지 못할 코미디

녹색세상 2007. 11. 7. 19:22
 

“이번에는 반드시 좌파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뿌리 채 흔들렸고, 원칙 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은 핵실험까지 하여 핵보유국으로 행세하고 있다”며 “우리 안보의 보루였던 한미동맹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회창에게 기회를 준다면 저는 잃어버린 10년의 시대를 반드시 끝낼 것”이라며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여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하여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저 이회창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한민국 군인들을 공격하거나,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

 

▲ 7일 오후 대선출마 선언을 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정희 부부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잔머리만 굴리던 이회창, 드디어 출마 선언


  잔머리 ×나게 굴리던 이회창이 대통령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하며 내 뱉은 말이다. 정신 나가도 한참 나간 개소리만 뱉어낸 그를 보면서 역사의 시계 바늘이 멈춘 게 아니라 거꾸로 돌리려 안간 힘을 쓰는 이회창은 그야말로 ‘사회의 회충’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하고,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짓이다.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 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이 후보의 대북관은 애매모호하다”며 “이렇게 모호한 태도로는 다가오는 북핵 재앙을 막을 수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정착도 기대할 수 없다”고 ×거품을 문다. 안기부에서 직접 고문 수사를 한 정형근 마저 ‘남북 교류’를 말하는데 남한의 자본도 간절히 원하는 경제협력을 하지 말자고 하니 이회창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사해 봐야할 것 같다.


  이처럼 이회창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니 한나라당은 더욱 다급해지다 못해 ‘호떡집에 불 난’ 꼴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회창의 출마설과 관련해 “저희들은 (이 전 총재 출마설을) 믿고 싶지 않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을 것을) 믿어보려고 한다”고 절박함 심정을 드러냈다. 안 원내대표는 “좌파정권의 종식을 그토록 갈망하던 그 분(이 전 총재)이 국민들의 열망과 시대적 소명을 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총재께서 출마하지 않으시도록 촉구하는 결의를 하고, 그 뜻을 전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 듯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이회창 전 총재를 믿는다’는 제목의 공식 논평을 냈으며, “우리는 믿는다”는 말을 수차례 섞어가며 “이 전 총재께서 5년 전 ‘눈물의 은퇴 선언’을 하신 약속을 굳건히 지켜줄 것”이라고 밝혔건만 이젠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죄와 용서를 비는 이상한 대통령 출마 선언


  정계 은퇴선언은 ‘정계 휴식선언’이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은퇴 선언을 할 이유가 없다. 눈물을 보이며 국민에게 정계에서 떠나겠다는 약속을 한 사람이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우습게 아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여덟 번씩이나 반복하는 것보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일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국민을 사랑하는 길이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 은퇴 약속을 번복하고 4수 끝에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20세기 보스정치의 시대가 아니라, 21세기 정당정치의 시대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정계 은퇴 약속 번복도 비판받아 마땅했지만, 이회창 같이 대선을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자신이 만든 정당에서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가 엄연히 있는데 탈당해서 출마하는 식은 아니었다.


  이는 여러 사람이 지적하듯 일종의 경선 불복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경선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뿐이지 소속 당의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선 불복과 다르지 않다. 그의 말대로 10년 동안 분신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당을 단지 대선 출마를 위해 떠난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철지난 노래에 국민들이 얼마나 동감하는지는 모르나, 현재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지속적으로 5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해 오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정권교체라는 그의 출마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그가 출마함으로써 대선 판도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는가? 이회창은 현재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불안한 후보이고,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불분명한 후보라서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정당이나 국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불안하든, 불분명하든 한 정당이 선택한 후보이고, 나중에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장난 친 이회창


  불안하기로 따지면 이회창 역시 마찬가지다. 2002년 기업을 돌아다니며 훌쳐댄 대선 불법자금, ‘차떼기’의 그늘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삼성의 불법대선자금이 다시 문제가 될 소지가 아주 다분하다. 아들 병역비리 의혹도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고, 과거 잘못된 정치행태와 무관할 수 없는 구시대 정치인이다. 이런 이회창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것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전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질 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겨우 찾아간 곳이 박정희 묘소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회창은 정당들이 정상적인 정치적 절차를 거쳐 쌓고자 노력한 대통령 선거 과정을 일시에 혼란에 빠뜨려 버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회창이 이 시점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는 정치인의 약속에 대한 불신을 증가시켰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만드는 데 ‘크게 깽판’을 친 셈이 되었다. 이회창이야말로 정당정치를 혼란에 빠뜨린 ‘공당의 적’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망치고 있는 ‘정치 불신의 앞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이 시점에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어지럽지만 풍성한 뉴스거리와 ‘술자리의 안주거리’ 정도에 불과하다.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이 딱 맞아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