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대선후보 용산 쪽방촌 방문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는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단(경제민주화운동본부)과 함께 20일 오후 2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해 저소득층 주택정책 마련과 삶의 질 개선을 요구했다. 쪽방촌 방문에 앞서 권영길 후보는 “우리 나라는 노인 빈곤층에 대해 방치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면서 “인간답게 주거할 곳과 기본적인 ‘생존비’조차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 후보는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제도와 주택정책이 저소득층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고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일상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도울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쪽방촌 노인들 “햇빛 드는 집에서 살고 싶다”
한 사람이 겨우 오르내릴 수 있는 좁은 계단, 좁은 복도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 햇빛은 전혀 비치지 않으며,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곳이 바로 쪽방이다. 대부분 빈곤층 독거노인의 삶의 터전인 이 곳은 서울 동자동에 자리잡고 있다. 좁은 쪽방촌 길을 벗어나면 서울역이 있고, 대기업 본사, 대형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즐비하다. 화려한 도시의 그림자의 한 단면이다.
권 후보는 이선근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과 함께 심수석(71세) 노인의 쪽방. 심 노인의 이부자리 주위로 먹다 남은 사과 조각, 생수통, 전기밥솥, 낡은 TV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10년 동안으로 중풍으로 고생해 온 심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 32만 원을 받아 월세 15만 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다”는 심 노인은 “죽는 날만 기다린다. 굶어 죽지 않고 이대로 살다가 자연적으로 죽고 싶다”며 한숨의 내쉬었다. 권 후보는 “힘 내시라”며 심 노인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며, 민주노동당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제도개선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 후보가 찾은 곳은 김원호(70세) 노인의 쪽방. 김 노인의 살고 있는 쪽방은 천정에 구멍이 뚫려서 비가 새고 있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의 조인숙 부장은 “그나마 이방이 햇빛 들어 비싼 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난방은 전기판넬으로 겨울엔 추위와 싸워야 하는 열악한 곳이다. 김 노인은 지난 5월 민주노동당에서 실시한 쪽방촌 실태조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김 노인은 지난 2000년 경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가 연체된 후 몇 년째 끼니조차 굶어가며 빚을 갚고 있었다.
2003년 신용불량자가 된 김 노인은 2004년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월 14만 원씩 빚을 갚다가, 이후 조정이 돼 월 8만 4천 원을 내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받는 월 32 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19만 원의 월세와 빚을 갚고 나면 한달 생활비는 7만 4천 원에 불과하다. 김 노인은 “그 돈으로는 세끼를 모두 먹을 수 없어서 한 끼만 집에서 먹는다. 나머지 한 끼는 복지관에서 가끔 얻어먹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김 노인은 20년 전 6층 건물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친 뒤 2급 장애 판정을 받았고, 기초 생활수급자게 돼 세 아들을 키웠지만, 세 아들 모두 채무가 많아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권 후보의 방문이 너무나 고맙다는 김 노인은 “이번에 파산신청한 것이 잘 돼 8만 원씩 안 갚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저소득층 전세자금대출, 쪽방촌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
현재 쪽방촌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사연은 대체로 비슷하다. 정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고 끼니조차 떼우기 힘든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쪽방촌 노인들의 요구는 지금 사는 쪽방이라도 월세 부담없이 전셋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쪽방체험에 동행한 문덕규(72) 노인은 영세민 전세자금을 신청했으나, 국민은행의 이중 심사에 걸려 대출을 받지 못했다. 문 노인은 집주인에게 계약금 10%를 지급한 전세계약서를 준비해 용산구청 주택과에 전제자금을 신청했다. 지자체의 추천서류를 받아 전세자금 3,500만 원 대출을 통보받았으나 국민은행은 안내문에도 없던 연대보증을 요구했고,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연봉이 1,000만 원도 안 되니 1,000만 원 이상 대출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문 노인은 전세 계약금 500만 원 손해 보고, 현재 사글세 25만 원을 내는 집에 살고 있다. 문 노인은 8개월째 청와대 신문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문 노인의 사연은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저소득층 전세자금대출제도는 위탁기관인 금융기관의 과도한 보증요구, 계약금의 10%를 지급한 전세계약서 요구 등 까다로운 요건을 두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 노인은 “정부자산 6,000억 원을 국민은행이 독점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당연히 대출받을 수 있는데도 이런 고통을 당해야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문 노인은 권 후보에게 “우리는 보증금 6만 원 내고, 햇빛 보고 서로 도우며 살고 싶다. 없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아달라”고 했다.
쪽방촌을 둘러본 권영길 후보는 “보다시피 이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버젓한 건물 뒤에 이런 처참한 곳이 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른 당은 기대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민주신당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희망을 거는 곳은 오직 민주노동당이라고 호소했다. 이것을 가슴에 새겨 당원과 함께 이 나라를 바꿔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지난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하실, 옥상, 비닐집, 쪽방, 움막, 동굴 등에서 생활하는 주거빈곤층이 68만가구 161만 7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과 권 후보는 이러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찾고, 구체적인 대안제시와 피해 구조 활동을 진행하는 민생지킴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권 후보의 이날 쪽방촌 방문은, 17일 ‘비정규직 간담회’, 20일 오전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방문’에 이은 세 번째 민생탐방이다. <‘민생이 경제입니다’ 권영길 후보 민생탐방>은 재래시장 방문, 한가위 귀향인사, 경찰서, 소방서 방문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진보정치 황경의 기자)
△ 용산구 동자동 도심공원 벤치에서 쪽방촌거주 노인들의 생활고를 경청하는 권영길 후보.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 쪽방촌을 돌아보던 중, 권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며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하는 주민. ⓒ 진보정치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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