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왜곡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에 대학이 있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한국 사회의 대학은 군대의 계급장 이상으로 서열화되어 있다. 오늘날 서울대와 고려대와 연세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류대학이다. 그런데 서울대학은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이며 고려대학은 친일파의 대학이고 연세대학은 제국주의 선교사의 대학이다. 이 나라가 제대로 풀렸더라면 이 세 대학은 이미 없어졌거나, 아니면 남아 있더라도 똥통 수준으로 전락해 있어야 마땅한 대학들이다. 같은 이치로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민립 사학 숙명여대가 신사참배의 개신교 대학 이화여대보다 아래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역시 같은 이치로,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우리에게도 최고 일류로 남아 있어야 할 두 대학이 있다. 그것은 성균관대학과 동국대학이다. 사실 이 두 대학은 세계적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역사적 터전과 배경을 선점한 대학들이다. 유학과 불교는 한국인뿐 아니라 인류의 유서 깊은 보편적 철학이고 사상이 아닌가? 한국 전정 때 서울에 진주한 인민군이 성균관과 동국만 대학으로 인정하여 지원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균관대학은 2류 수준이고(그나마 삼성이 손을 댄 이후 좋아졌다.) 동국대학은 3류 수준의 대학이 되고 말았다. 동국대학의 전신은 혜화전문으로서, 일제 강점기만 해도 고려의 전신인 보성전문이나 연세의 전신인 연희전문에 결코 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미국이 이 나라에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도덕적 가치관이 타락하고 주체의식이 약화되다 보니 동국대학은 말 그대로 똥통대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것은 평준화 이전의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 학교였던 경기, 선교사 학교인 이화, 배재는 최고 일류로 부상한 반면, 수많은 지사를 낳은 민족 전통의 휘문과 양정 등은 2류 내지 3류로 전락한 것 역시 이 나라 역사의 처참한 왜곡상을 보여 주는 현상들이었다. 미국을 비판하는 노년의 강정구는 동국대학에서 설 자리를 잃은 반면 미국산 가짜박사 신정아는 젊은 나이에 교수로 임용되었던 이 도착된 현실에서, 우리는 한국 역사의 기형화를 극적으로 확인한다. 이승만, 박정희 이후의 한국인만큼 자기 것의 좋은 점을 모르는 집단은 아마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할 것이다. (한겨레 토론방/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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