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난생 처음 성형외과를 가서.....

녹색세상 2007. 7. 13. 01:52
 

 

  

  오늘 난 세상 물정모르는 놈이란 걸 알았다. 최근 시간 여유가 좀 있어 서울에서 친구가 온다기에 얼굴 보러 나가 성형외과를 하는 녀석을 같이 보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 마다 한 마디씩 하는 오른쪽 눈 아래 흉터 수술에 대해 물었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기에 날짜를 잡았다. 남들은 '남자 얼굴에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지만 생각조차 하기 싫어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흉터다. 병원 신세도 좀 지고 주위에 의사들이 많아 '모든 수술에 흉터가 남지만 남들이 보기에 흉하지 않으면 된다'는 의학의 상식은 알고 있는 터라 친구 병원도 조용한 때고 해서 한 여름을 나기 위해 한약을 먹어야 할지 얼굴에 투자를 해야할지 고민하다 정말 고뇌에 찬 결단을 하고 난생 처음 성형외과로 갔다.


  아무리 성형 수술 비용이 많이 든다지만 40만원 정도만 한다면 몇 달 생활비 줄이자는 생각에 눈 질끈 감고 비상금을  찾아 성형외과로 갔다. 40대 후반의 경험 풍부한 의사답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비용이 ‘80만원 넘는다’는 말에 난 완전히 얼어버렸다. 생각보다 수술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단순 공정이 아닌 복잡 공정'이기에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두 달 재활치료비인데 싶은 생각에 내 속은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의 형편으로서는 도저히 그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일 년 후 겨울에 충남 보령까기 일하러 갔다 집에 오기 전날 부딪쳐 안경테에 얼굴을 긁혀 생긴 흉터인데 “얼굴이라 자신 없으니 경험 많은 일반외과 가서 하시라”는 초년생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수술은 먼저 할수록 좋다는 30대의 조급한 마음에 '괜찮으니 그냥 하자' 말했던 게 내 불찰이었다. 일반외과 의사에게만 갔어도 지금과 같은 흉터는 안 남았을 텐데..... 어지간한 여성보다 고운 피부에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는 보기 좋은 몸을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아 외모에 별 걱정 없이(큰 바위 얼굴 말고는^^)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얼굴의 훈장이 내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세하게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의 자상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오직 ‘돈 걱정’ 밖에 안 들었다. 나 만 그런 게 아니겠지만 정말 큰마음 먹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너무 모르고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비인후과 주치의사인 후배에게 말했더니 “형님, 아직 그런 줄 몰랐어요”라기에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 흉터가 남겨 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정말 굴뚝같다. 잘 지내다가도 흉터를 보면 되살아나는 악몽 때문에 안 보여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어느 어른의 말씀처럼 ‘단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한’게 사람 사는 것인데 내 속이 편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지우고 싶은, 쳐다보기 싫은 흉터 덕분에 내가 모르는 세상의 물정을 잠시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