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이랜드의 역사는 노조탄압사”

녹색세상 2007. 7. 13. 01:49

 

  ▲홈에버 월드컵몰 매장 입구를 봉쇄한 경찰 병력

 

                   세계 인권 규약

“노동조합의 파업을 공권력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김정애씨(여·46)는 인천 구월동 홈에버 축산 매장에서 38개월째 근무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다. 김씨는 지금 이랜드 매장 점거농성에 참가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달 직장에 불어닥친 해고의 칼바람을 피해갔으나 함께 일하던 언니(48)는 직장을 잃고 말았다.


“저와 언니가 교회 집사예요. 같은 기독교를 믿는 회장이 몇푼 아끼자고 서민들의 먹고살 길을 인정사정없이 막았다는 게 더 분합니다.”


  21개월째 비정규직으로 일해온 김씨의 언니는 하루 9시간씩 근무, 90만원을 받았다. 2년전 뇌종양으로 남편을 잃고 당뇨병을 앓고 있는 친정 어머니를 혼자 부양하던 언니다. 지난달 회사측은 김씨 언니에게 계약 만료 1주일을 앞두고 “그동안 수고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그게 전부였다. “언니 해고 소식에 친정 어머니가 충격으로 풍까지 와서 병원치료 중이에요. 십일조로 130억원을 교회에 헌금하는 사람이 직원들을 이렇게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다니.....” 김씨는 울분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랜드는 노조를 동반자로 여겨지지 않는다. 1993년 노조 설립 이후 해마다 노사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교섭기피, 부당노동행위, 구사대 폭력, 단체협약 불이행, 노조 탈퇴공작, 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측은 노조를 거의 ‘적’으로 대했다. 이랜드 노조원들이 ‘노조 탄압사’라고 자조적으로 부르는 이유다. 2000년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265일간 파업이 지속되기도 했다.

 

 ▲파업 현장을 이중으로 봉쇄한 경찰 버스와 병력.....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이랜드의 교묘한 탄압은 계속됐다. 군포시 부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주부 노조원들을 부평 창고, 서울 답십리, 용인, 인천 등 각지로 인사발령을 냈고 결국 주부 노조원들은 스스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연봉제에 서명했던 40명 중 현재 남아있는 인원은 5명뿐이다. 홍윤경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에 대해서도 승진, 복지, 급여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는 등 가혹할 정도로 노조를 탄압해 한때 8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 수도 지난해엔 63명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랜드가 롯데마트를 제치고 까르푸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경영의 걸림돌로 보는 아주 독특한 노조관을 갖고 있다”며 “그로 인해 노사갈등은 우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하다”고 말했다.

 

  ▲ 매장을 봉쇄하고도 모자라 등장한 경찰 물대포


  한편 이랜드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대선 예비후보들은 이날 오전 홈에버 월드컵점 농성 현장을 방문해 이랜드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수원지역 목회자들과 다산인권센터 등 인권·시민단체 등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탄압하면서 이윤극대화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신앙을 팔아 장사를 하는 반기독교적 행태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준호기자/경향신문, 사진/오마이뉴스)


  ▲ 파업 중에 민중가요에 맞취 몸을 풀고 있는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