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그룹 계열사인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앞에서 매장입구에 접근하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는 노동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조의 점거 농성과 회사의 매장 폐쇄
이랜드 계열의 대형 유통매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장 앞에서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확대하는 가운데 8일 오후 홈에버 상암동 월드컵몰점에서는 노조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경찰 병력이 매장 입구 쪽으로 이동하자 노조원 100여명이 입구 봉쇄를 우려해 이를 막아선 것. 이날 월드컵몰 앞에서 경찰 병력 1000여명(10개 중대)이 배치됐다.
노조 쪽에서는 경찰을 향해 “더 이상 이동하지 말라”고 버텼고, 현장에 있던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에서 내린 지시라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노조원들을 밀어 붙였다. 양측은 10분 정도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다가 노조원들은 입구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월드컵몰점 농성에는 계산대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포함해 지난 3일부터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에 합세한 민주노총 노조원 등이 참석했다. 월드컵몰점은 지난달 30일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에 들어가 이날 9일째를 맞았다.
한편 이랜드측은 점거농성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면서 ‘선 농성해제-후 교섭’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선 성실교섭-후 농성해제'를 내세우며 양측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홈에버 월드컵몰 계산대와 각종 기계를 노조원들이 줄을 묶어 놓았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8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 대형 할인매장인 킴스클럽의 닫힌 셔터 문을 사이에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마주 앉았다. 매장 1층의 서문 바깥쪽에는 비정규 직원들이 검은 색 모자를 쓴 채 구호를 외치며 매장 안 진입을 시도했다. 30여분 전에 매장을 기습 점거한 또 다른 비정규직 40여명은 같은 층 로비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 철회하라”는 구호와 호루라기 소리로 문 밖의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들 사이에는 방패를 든 경찰 병력도 끼어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매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킴스클럽의 맞은편 건물은 이미 문이 닫힌 상태였고, 경찰에 의해 둘러싸였다. 총 세 동의 건물이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을 이루고 있다.
▲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보장, 차별철폐,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킴스클럽 매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8일 오전부터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등이 합류했다. 이랜드 계열사 전국매장 봉쇄 투쟁에 돌입했다.
“10년 지킨 매장인데,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대량 해고 위기에 몰린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일주일째인 이날, 민주노총도 힘을 보탰다. 이랜드 일반노조는 이날부터 대량 해고 철회와 용역 전환 반대를 주장하며 전국 이랜드 계열 대형매장의 점거 농성을 확대했고, 사측(이랜드)은 이에 매장 폐쇄로 맞섰다. 이랜드 일반노조와 민주노총은 뉴코아 아울렛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랜드 계열의 전국 매장에 대한 본격적인 투쟁을 밝혔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랜드 사측에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더 이상 비정규직이 사회 문제가 되지 않도록 80만 조합원이 모두 함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뉴코아 아울렛 노조위원장은 “10년을 지켜온 매장에서 하루아침에 물러날 수 있냐”며 “이랜드 사측의 대량해고와 용역전환 모두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오전부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등이 합류한 가운데 이랜드 계열사 전국매장 봉쇄 투쟁에 돌입했다. 매장 판매대에 선전문구가 적힌 풍선을 놓고 있는 농성 참가 비정규직 노동자.
“회사, 대량 해고 철회 의사 없어”
이랜드 일반노조는 지난 3일 “사측이 7일까지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 전국의 계열사 매장을 점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사가 7일 교섭 테이블을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랜드 계열의 매장은 뉴코아 아울렛(15개), 홈에버(33개), 2001 아울렛(11개) 등 전국에 총 60여개. 노조는 매장 점거 농성과 함께 이랜드 상품 불매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 해고 문제는 아예 의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임금 동결 부문만 다루겠다는 입장이었다”며 협상 결렬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는 이제 와서 '한 달간의 시간을 갖고 평화적으로 하자'고 하지만, 이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일단 백기 들고 나오라는 뜻”이라며 “노동자의 절실한 요구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홍 사무국장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한 달에 80∼90만원 정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사측의 일방적 해고로 인해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노조원들의 분노와 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사측에 전달하기 위해 매장 점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 일반노조는 같은 이랜드 계열 대형 유통업체인 홈에버 상암 월드컵점을 지난 30일부터 점거했다. 이날 일부 홈에버 매장(면목점, 시흥점 등)은 노조의 점거 농성을 예상해 문을 닫았다.
▲ 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보장, 차별철폐,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킴스클럽 매장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점거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계산대 입구에 줄을 묶어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다.
이랜드 “매장을 볼모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다니”
이랜드 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교섭 도중 일방적으로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고 퇴장해버렸다”고 노조를 겨냥했다. 사측은 또한 “매장을 볼모로 기업을 위협하는 교섭형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영업점 점거라는 폭력적인 투쟁을 중단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측은 지난 7일 발표한 보도 자료를 통해 “회사는 이틀간 성실하게 노사 교섭에 임했지만, 노조의 일방적 파업으로 결렬됐다”며 “노조가 진정한 교섭의 자세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측은 “매장을 볼모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교섭은 불가능하다”면서 “지금 협상은 단순한 임금문제가 아닌 비정규직 보호라는 사회적 과제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민주노총과 노동계는 한 기업을 압박해 비정규직 투쟁의 전리품으로 만들지 말라”며 “정부와 정치권 등과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법의 재개정이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홈에버 시흥점, 중계점, 면목점, 월드컵몰점 등 4개 점포와 뉴코아 강남점, 야탑점, 평촌 뉴코아 울렛, 평촌NC백화점 등 7개 점포가 경찰의 원천봉쇄로 영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마이 뉴스 인용)
▲ 이랜드 일반노조는 8일부터 대량 해고 철회와 용역 전환 반대를 주장하며 전국 이랜드 계열 대형매장의 점거 농성을 확대했고, 사측(이랜드)은 이에 매장 폐쇄로 맞섰다. 경찰이 뉴코아 아웃렛 강남점 매장 입구에서 노동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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