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월드컵몰점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주일 예배
“너 근심 걱정 말라. 주 너를 지키리. 어려워 낙심될 때에 주 너를 지키리. 주 너를 지키리. 아무 때나 어디서나. 주 너를 지키리. 늘 지켜주시리.”
노동자들의 절규와 투쟁의 구호만이 가득했던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오랜만에 평화로운 찬송가 소리가 들렸다. 평화의교회(목사 박경양)는 7월 8일 농성중인 이랜드 노동 형제들을 위로하기 위해 홈에버 점거 현장을 찾아 함께 주일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공동기도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시는 분임을 우리가 압니다. 하나님, 주님의 이름을 앞세우는 이랜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기억해주시고, 철폐시켜주소서”라고 기도했다.
▲ 이랜드 노동자들에게 '역사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설교하는 문대골 목사
“이랜드, 기독교의 이름 더럽히지 말라”
설교에 나선 문대골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를 끌고 가는 것은 결국 노동자라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문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를 끌고 가는 것은 지도 세력이 아니다”라며 “성경에서 법궤는 나귀에 태우지도 않고, 수레에 싣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궤는 이스라엘의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므로, 사람이 몸으로 직접 지고 가라고 말한다”라며 “그렇게 역사·생명을 지고 가는 것은 사람이며, 노동자”라고 노동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또 포도원의 비유를 들어 “예수님은 똑똑하지 않고, 기술도 뛰어나지 않은 일꾼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1시간 일한 사람, 6시간 일한 사람, 9시간 일한 사람에게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준다”라며 “그게 예수님의 방식인데 박성수 회장은 예수를 잘못 믿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켜 달라고 기도하는 박경양 목사
예배를 마친 뒤 박경양 목사는 이랜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그는 성서는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데 이랜드가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비성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된 기독인이라면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 현실적으로 차별의 완전한 철폐가 불가능하다면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점에서 이랜드에 유감이다. 이마트처럼 기독교와 상관없는 기업도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는데, 기독교적 기업이라면서 차별에 앞장설 수 있나.”
박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랜드의 행동을 용납하기 힘들다”라며 “한국 기독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랜드가 계속 이렇게 행동하려면 적어도 ‘기독교 가치’를 포기하고 기독교의 이름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홈에버도 전 직원에 기도요청 "불법 파업 끝나기를"
이날 아침 갑작스런 경찰 투입 소식을 듣고 농성장으로 급히 모였던 노동자들은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예배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여기 오느라 교회에 못가서 안타까웠는데 다행”이라며 “오늘 저녁에도 여기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큰 집회가 있는 것으로 안다, 거기 오시는 분들도 저희들의 형편과 아픔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에버 측도 전 직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이랜드는 ▲민주노총에서 홈에버·뉴코아 전체 매장을 점거 시 충돌이 없고 다치지 않도록 ▲불법파업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현업에 복귀하는 인원이 늘어나도록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제목을 내고, 7월 7일과 7월 8일 10시·12시·14시 세 번 전 직원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이랜드 일반노조의 매장 점거 투쟁은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7월 8일 중계점·방학점·울산점·구월점·시흥점·면목점 등 전국 16개의 뉴코아·홈에버 매장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으며, 7월 9일부터는 민주노총과 함께 이랜드 불매운동, 매출 투쟁 등의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7월 8일 저녁 대부분의 농성단은 철수했으며, 점거 농성은 홈에버 월드컵몰·뉴코아 강남점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랜드 측은 노조 측에 공문을 보내 7월 10일 재교섭을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7월 7일에도 교섭에 들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이랜드 측은 ‘노조가 불법 점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교섭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마이 뉴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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