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현애자 의원 단식 25일째- 노회찬 의원 강연

녹색세상 2007. 7. 2. 20:11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나라, 이른바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OECD가입 국가 중에 그런 나라가 있는가?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날아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도 남을 뉴스거리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식은 약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항거하는 표시다. 어지간히 굶어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 이 땅의 현실이다.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자며 지율이란 승려가 100일 넘게 단식을 하자 총리가 겨우 한 마디 하는 웃지 못 할 땅에 우린 살고 있다. 평화의 섬을 전쟁기지로 만드는 것에 항의해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 현장으로 가 보자.

 

 

7월1일 단식 25일차
노회찬 의원, “현애자의원은 여성 국회의원 중 최장기 단식농성 기록”

 

 

  마른장마를 걱정했는데 점심 즈음에 세찬 비바람과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기다렸던 비라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눅눅해질 깔개와 담요, 저녁에 있을 노회찬 의원 강연회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강연회는 사정상 6시로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고맙게도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후가 되며 하늘이 다시 개었습니다. 어제 방문해주신 김혜경 전 대표와 60여명의 당원들, 시민들이 함께 모여 다섯 번째 촛불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제주군사기지 문제를 계속 대응해온 가운데, 전략공군기지 추진의혹을 폭로하는 등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현애자 의원과 함께 활동을 해왔던 노회찬 의원다운 명 강의였습니다.

 

 

  마이크를 잡자마자 제주군사기지 추진의 책임자 김태환 도지사에 대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현애자 의원은 여성 국회의원 중 최장기 단식농성 기록을 이미 세웠고 장기간 깨지기 어려울 겁니다. 이 기록을 질투하는 사람이 맞은편 도청에 있습니다. 김태환 지사입니다. 세계 최초로 세계자연유산과 세계군사유산을 동시에 추진한 단체장으로 기록에 남을 것입니다. 공군기지로 국방부가 밀실 협의한 것을 제가 직접 도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추궁했습니다. 왜 도민을 속이느냐고 했더니 본인이 속인 게 아니라 부지사가 했다고 발뺌합니다. 부지사가 맘대로 이런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왜 노무현 정부가 이토록 강하게 제주군사기지를 추진하는지, 간명한 해설이 이어집니다.“더 이상 북의 남침 가능성이 없어지고 대북억지력 기능을 해왔던 주한미군이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면 자기 집으로 가야 할 텐데, 미군은 이른바 ‘동북아 기동전략군’이라는 이름으로 역할을 변경하여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동아시아 국지전에 개입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대만 분쟁이 발생한다면 여기에 투입될 전투기와 군함은 한국에서 발진한다는 겁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왜관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에 이어 제주군사기지까지 만들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노회찬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공군기지를 둘러싼 제주도-국방부 밀약의 근거는 건설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예산을 배정하지 않기 때문에, 제 돈이 모자란 도정이 공항을 어떻게든 추진하려고 국방부와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국고를 수천억씩 투입해 만든 무안공항, 예천공항이 함께 건설한 고속도로 때문에 완공하고도 문을 못 열거나 민항 운항은 포기하고 공군기지로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느라 정작 필요한 제주 제2공항에는 돈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답니까. 정말 공항 만들 돈이 없어 군사기지를 끌어들인 거라면, 민주노동당이 건교부 예산 책임지고 따올 것입니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들에게 전쟁기지를 물려주려는 심보가 뭔지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핵심만 쏙쏙 쉽게 풀어 이야기하는 강의는 한미 FTA의 본질을 짚으며 마무리했습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가 시장만능주의의 포로가 되어 소수 대재벌을 뺀 나머지 국민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짓입니다. 농업은 결코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나라의 안보가 걸린 문제입니다. 우리보다 농업경쟁력이 월등한 선진국들도 자국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국방과 치안을 시장에 넘길 수 없듯, 농업을 시장논리에 던져 버리면 안 됩니다. 노무현정부가 이 문제를 결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강연이 마칠 때 즈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식 25일을 넘긴 현애자 의원도, 고된 농사일 마치자마자 달려온 농민들의 얼굴도 그늘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날 강연회에서 다시금 마음을 하나로 모으며, 이미 우리가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느꼈기 때문입니다. (현애자 의원 홈페이지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