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제주해군기지 건설 연합작전, 그 곳에 평화는 없다!

녹색세상 2007. 6. 4. 22:53
  제주도 군사기지 강행, 제 2의 평택 되나

 

  초록빛 바다, 갈매기, 신혼부부…이름만 들어도 평화로움이 연상되는 제주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5월 14일 김태환 도지사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끊임없이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해 온 해군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주민의견 무시한 해군기지 유치결정 무효다!


  5월 14일 오후 2시 40분, 제주도청 안팎에선 서로 다른 ‘평화’를 외치고 있었다. 김태환 도지사는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킨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동의했고, 도민들은 “평화는 평화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다.

 

 △ 지난 5월 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강정동에 해군기지유치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후 도청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시민사회단체들.

  △ 기자회견을 마치고 제주도청 건너편 노상에 농성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에 들어간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 김태환 도지사의 해군기지유치 발표 하루 다음 날인 15일자 제주지역신문 1면.

 

  김태환 도지사는 도청출입구 문을 걸어 잠그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도민들의 목소리는 한 귀로 흘리고, 서둘러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5월 11~12일 2차 여론조사에서 후보지로 거론된 3개 읍면동의 결과는 대천동 56%, 안덕면 42.2%, 남원읍 36.1%가 찬성했다. 김태환 도지사는 “지역주민의견 우선, 평화의 섬과 양립가능성 여부, 지역경제 미치는 파급효과, 이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해 종합적으로 정책 판단을 한 결과, 정부가 공식요청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동의를 결정한다”며 “대천동 강정지역이 제주해군기지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노회찬 의원은 국방부 소유인 알뜨르 비행장과 제주2공항에 남부탐색구조부대 부지를 교환하는 공군기지 건설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제기했다. 또, 지난 9일 제주군사기지반대대책위는 제주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도군사기지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공개했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동의해 준 셈이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의장단은 간담회를 열고, 공군기지와 양해각서에 대한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늦춰달라고 김태환 도지사에게 요청했다. 또, 같은 시각 제주도민의 방에선 제주도내 각계각층 1,900여명의 인사들이 제주도 군사기지 추진을 반대하고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방산 보문사 주지 강설 스님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명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생명은 평화가 있어야 존귀함을 찾을 수 있다”며 “군사기지는 안보의 목적, 경제의 논리로 제주의 소박한 도민들을 장밋빛 청사진으로 속이고, 무기를 들지 않고 평화를 말살하려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림교회 송영섭 목사는 “군사기지 설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고 제가 믿는 예수님은 밝히실 것”이라고, 이은주 제주대 교수는 “군사기지 건설은 안보와 번영,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제주도민과 제주도의 현재와 미래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과정이 평화롭지 못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가 불과 몇 시간 뒤에 현실이 돼버렸다. 도민들과 도의회 요구를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김태환 도지사의 독단을 거세게 비판했다.


“군사요새화 반대한다!”


  제주도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원회(이하 도민대책위)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제주의 미래를 군사기지에 팔아버리는 김 지사는 더 이상 도지사로서 자격이 없다”며 김 지사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제주도청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군사기지를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정당,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문화계를 아우르는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군사기지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기로 했다.


   제주도민들도 제주도가 군사요새화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씨는“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재배치하면서 평택, 군산, 광주, 제주 서남부 등 서해안에 집중되고 있죠. 제주해군기지의 역할이 대 중국을 견제하는 전투기지가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평화의 섬에서 그런 군사적 경쟁을 위한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에 반대합니다.”라며, 전세대 전쟁의 아픔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60여년 전에 도민 20만 명 중에 10만 명의 군병력이 있었습니다. 1944~45년에 관동군이 미군의 침공에 대비해 섬 전체를 군사요새화한 것을 이미  할아버지 세대 때 경험했어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다시 반복될 따름입니다. 여기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전세대 아픔을 공유하고 후세대를 위해서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참여환경연대 양다림 씨는 ‘제 2의 평택’이 재현되고 있다고 가슴 아파했다. “작년 여름과 올해 2월에 평택에 갔는데 작년과 올해가 차이가 있더라구요. 점점 마을이 파괴되고, 주민들 삶이 피폐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제주도도 주민들 삶의 공동체가 파괴되는게 불 보듯 뻔하게 보여 마음이 아픕니다.”


김태환 도지사의 무리수…정치생명 연장하기


  그럼, 김태환 도지사가 왜 도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속전속결로 강행한 것일까?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1,2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생명줄을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카드로 연장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당과 제주주민자치연대는 “군사기지 졸속추진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라고 보는가”라며 국방부와 해군의 대변인을 자처한 김태환 도시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양다림 씨는 “김 지사가 자격이 박탈될 상황에 와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군사기지에 해치우려고 합니다. 이 모든 책임을 차후에 지겠다고 하지만 과연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인가 되묻고 싶네요”라고 했다. 또한, 제주도민 60% 이상이 군사기지와 관련된 정보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강행하고, 이 결과만을 근거로 군사기지 건설에 동의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동주 씨는 “여론조사는 정책결정의 참고자료 밖에 안 되는데 절차도 내용도 잘못 됐지요. 해군기지에 대해 제대로 된 자료를 공개하고, 공군기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절차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해군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갔던 14일 제주도청과 달리 해군기지 후보지였던 안덕면 화순항, 남원읍 위미리, 대천동 강정지역은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서귀포시의 수려한 해안 경관을 자랑하듯, 이 마을의 해안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다만, 해군기지 유치 찬반 입장이 갈려서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던 위미1리는 아직도 상처가 많이 남아 있었다. 조상대대로 고기 잡고 농사지으며 평화롭게 살던 위미1리 600여가구 주민들에게 지난 석 달은 혹독한 시간이었다.


  2002년 처음 해군기지 건설이 거론되던 화순항이 있던 안덕면이 워낙 강력하게 반대하자, 해군은 위미1리에서 유치작업을 했다. 위미1리 반대대책위 현승용 사무국장, 현승호 홍보국장을 비롯한 주민들을 만나 해군이 한 달 동안 마을에 상주하면서 유치작업을 벌인 사실을 전해 들었다.

 

 △ 위미1리 반대대책위 현승용 사무국장이 거론되던 예정부지를 설명하고 있다.

 △ 강정동으로 해군기지예정부지가 발표되기 전까지 강력한 투쟁을 펼쳐왔던 위미 1리의 모습.

 △ 위미1리 마을회관 전경. 강정동이 우선예정지로 발표되었지만 위미1리 마을 사람들은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 현승호 홍보국장은 지난 80여일 간, 해군이 어떻게 각 마을들에 침투해 주민들을 찬성과 반대쪽으로 이간시키는 작업을 해 왔는지 말해 주었다.

 

  현승용 사무국장은 “해군이 순진한 시골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술 사주고, 밥 사주니까 다 넘어간 거죠. 도로 내 주겠다, 휴양단지 만들어주겠다, 주민이주 없이 건설하겠다면서 경제발전을 얘기하니까 일부에서 유치하겠다고 한 거죠”라며 찬성할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심경을 헤아리며, 되려 “해군기지를 안보문제로 접근한 게 아니라 경제발전으로 접근했거든요. 이건 아주 나쁜 거에요”라고 주민들을 현혹시킨 해군을 비판했다.


  현승호 홍보국장은 “주민들이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해군의 농간에 놀아난 겁니다. 무작정 보상금 준다고 바람 불어놓고 술이나 밥 사주고 찬성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달 동안 마을에 상주하면서 이간질시켜 마음 고생 많았습니다”라고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해군은 마을과 공동체를 이루는 해군기지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마을공동체를 깨트렸다.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군기지 반대하는 주민이 찬성하는 이웃을 작살로 위협했던 사건은 해군이 놓은 덫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현승용 사무국장이 찬성 측으로부터 당구 큐대로 위협받은 것을 본 주민이 다음 날 찬성하는 주민을 공격한 것이었다. 이렇게 찬반으로 나뉜 마을 사람들 감정의 골만 패이게 만들었다. 현승호 홍보국장은 “형제간에, 선후배 간에 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촌은 정 하나로 살아가는데 정을 다 깨놓고 가니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요. 죄없는 주민들만 당한 게 아닙니까?”라며 분통해 했다.


“주민들은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리게 되죠”


  해군기지 유치 찬반이 분분했던 위미1리는 3월 18일 마을 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했다. 참석자 220명 가운데 180여명이 반대해서 반대대책위를 꾸렸다. 여론조사를 앞두고는 반대여론을 높이기 위해 날마다 방송차량으로 남원읍을 돌았는데 선거유세전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열심히 반대활동을 벌여 위미1리는 여론조사에서 반대여론이 가장 높게 나왔다.


  그래서 해군기지 부지 선정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불안한 마음은 남아있다. 김화연 위미1리 어촌계 간사는 해군기지 후보지가 바로 인가와 붙어있어 더욱 반대했다고 했다. “우리집 앞을 매립해 버린다니까 반대에 나선 거죠. 여름이면 우리 아이들은 집 앞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는데 아이들도 같이 데모했어요. 특히, 시어머니는 열아홉에 시집와서 평생 물질하면서 3남매를 키웠는데 마음고생 많이 하셨어요.”

 

 △ 80여일 동안 해군기지반대투쟁으로 생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위미1리의 해녀들은 도지사의 발표 다음 다시  물질을 했다.

 △ 위미1리 마을 가옥 곳곳에 나붙은 해군기지 반대 천조각이 바람에 날린다.

 

  평생 농사만 짓던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데모꾼이 되면서 해군의 홍보논리에 맞서기 위해 참 많이 쫓아다니고 대응논리를 찾았다. 마을 주민들은 밀감나무 전정(가지 치기)하는 바쁜 시기에 농사일을 놓고, 평균 60세가 넘는 해녀들은 물질을 내팽개치고 도청으로, 도의회로 다니며 눈물로 호소했다. 바당(바다)를 저금통장, 밭이라고 여기며 힘들어도 물질을 하던 해녀들은 죽는 순간까지 싸우겠고 했다. 해군기지 찬반 논란 이후 처음 물질을 나가던 해녀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해서인지 기자를 보자, 손사래를 치며 골목길을 벗어나 바닷가로 멀어져 갔다.


  현승용 사무국장은 “군사기지가 들어오면 주민들은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죠. 우리 마을에 보통 8~9대 조상들의 묘가 있어요. 해군기지가 들어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떠나게 되면 조상들의 영혼은 어디 가서 머물 것인가. 또, 위미리에 우리의 미래를 두고 떠나야 하잖아요. 바다의 환경, 문화 부분들을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한 책임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고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강정동 판단할 정보나 시간 부족했다


  제주도민들은 강정동이 최우선 지역으로 선정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현승용 사무국장은 “강정동은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주고, 시간도 줘야 하는데 불과 보름만에 여론조사를 해서 일사천리로 결정했어요. 과연 이런 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 싶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강정동도 우리와 똑같이 해군이 작업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위미리에서 실패했던 것을 보완해서 어촌계부터 포섭해 빨리 작업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강정포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군사기지 유치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해군기지 부지 선정지는 유원지구로 묶여 있어 개발도 못하고 팔지도 못했는데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니까 찬성했다”며 일부 주민은 반기는 기색이었다. 해군은 강정동에서도 역시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했을 터. 다만 강정동 주민들은 지역개발지원금 700여 억이라는 달콤한 사탕발림 속에 감춰진 이면의 진실, 사실은 해군 부대시설비용에 불과하다는 걸 제대로 보고 판단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찬성 여론만 앞세워 최우선지역으로 선정된 강정동, 그 곳엔 역설적이게도 주민여론을 우선하겠다던 김태환 도지사의 배려는 없었다. 오로지 해군과 손 맞잡고 군사 작전하듯 벌인 해군기지 유치 결정만이 남아 있다.

 

 △ 제주도가 해군기지유치 1순위 예정지로 발표한 강정동 초입에 나붙은 환영현수막

 △ 강정동 예정지 주변에서 물질을 하고 올라와 뿔소라를 내다팔고 있는 해녀들.

  △ 김태환 도지사가 발표한 강정동의 해군기지예정부지는 해변으로부터 800m 까지는 민가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 제주시청 앞에서 계속 진행중인 평화염원, 해군기지철회를 위한 평화백배운동을 실천중인 시민사회단체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