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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의 '대통령 하나'..... ^^

녹색세상 2007. 5. 19. 19:01
연극이 끝난 뒤를..... 대통령의 연극이 끝난 뒤를.....

 

우리에겐..... 이제.....


‘연극하지 않는’ 대통령 하나 있어야 하는 거 아닌지요?


산과 들에서... 공장에서...  조국의 하늘 아래서...

흙 묻은 손과 땀에 젖은 노동의 손이 빚어낸...

그런 대통령 하나... 말이에요?... ^^

 


                           대통령 하나

 

미군이 잡아준 터에 대한민국이 태어나고 마흔 몇 해 그동안

몇 십 년 동안 성조기 아래서 대통령도 서너 개 있었다 없었다 했다.


하나는  제 나라에 살지 못하고 남의 나라 섬으로 끌려갔다.

하나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총에 맞아 술잔에 머리 쳐 박고 죽었다.

제 집에 살지 못하고 절간으로 쫓겨났다.


대통령이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 한 사람으로

나 태어나고 자라고 마흔 몇 해

나는 왜 나를 친애까지 했던 그들을,


이를테면 이아무개 박아무개 전아무개 같은 자들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사기꾼 폭력배 정상배 매국노 반역자…

그 따위 이름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하는가?


혹시는 내 입이 워낙 더러워서 그러는 것일까?

혹시나 내 출생이 워낙 천해서 그러는 것일까?


나 태어난 이 강산에서

아름다운 이름의 대통령 하나 갖고 싶다.


나 죽어 이 강토에 묻히기 전에

아름다움 추억의 대통령 하나 갖고 싶다.


자본가들 정치헌금이나

주둔군의 총구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것이 아니라


산과 들에서 공장에서 조국의 하늘 아래서

흙 묻은 손과 땀에 젖은 노동의 손이 빚어낸

그런 대통령 하나. (김 남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