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반대 진영, 멕시코 실패사례 더 많이 연구해야”
한미FTA 협상 지지를 위한 정부 선전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잘 모르는 사안이 많으므로 정부 선전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중을 불안하게 하면 자기는 은연중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우월감을 각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착각인 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 정부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반대 진영, 멕시코 사례 더 많이 연구해야
이제 정부는 더욱 강도 높게 FTA 성과를 부풀리고 문제점을 호도하는 대규모 정부 선전 활동을 벌일 것이다. FTA 반대 진영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FTA를 체결한 나라들 중에서 비극적이지만 우리처럼 비민주적(?)인 멕시코의 사례에 대해 더욱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는 1992년에 나프타를 체결하고 1994년 발효시키기 전에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여론조사만 했다.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멕시코가 어떤 나라인가? 71년간 일당독재를 한 나라다.
안타깝지만 일반 대중의 여론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FTA의 피해는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 실제로 시간이 지나서 겪어봐야 대중이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FTA 타결 후 건강보험이 흔들리고 약값 부담이 느는 등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막상 코앞의 일로 닥쳐야 여론은 움직일 수 있다.
멕시코의 경우 피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어도, 저항하는 사회세력은 '사회적 연대'의 문화가 강한 남부 지역에만 강력히 존재할 뿐이다 최근 멕시코 신문 보도에 의하면 멕시코 북부의 국경 도시인 ‘누에보 쁘로그레소’에 미국인들이 관광차(?) 몰려드는데 그 이유는 미국의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뒤늦게 찾아오는 FTA의 피해
아무튼 양국 정부와 재벌들과 보수언론 사이에 ‘신자유주의 기득권연합’이 강력하게 구축될 때 그 파급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광범하고 정교할 것이다. 미국 일반 대중들이 자국에 대한 무조건적 자부심과 함께 외국에 대해 무지한 것이 대중매체 때문이라는 지적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세계적인 지성 노암 촘스키는 그의 글 ‘대중매체의 통제’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매체는 자유롭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에 우리는 동의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사고는 대중매체는 강하고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의 주장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지배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 의한 여론 조작의 첫 번째 현대적 조치는 1916년에 선출된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부터였다. 세계 대전의 참전에 소극적이고 평화 지향적인 여론을 정부 선전을 통해 호전적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포심과 애국적 열광을 통해 여기에 적극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진보적 지식인들도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위 글에 의하면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런 정부 프로젝트에 협조하는 이유는 대중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 나프타(NAFTA) 체결국가인 북미 3개국의 국가원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무서운 여론 조작
여론 조작은 무서운 것이다. 최근 펠리페 깔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베니토 화레스를 찬양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라 했다 베니토 화레스는 ‘남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하였다. 여기서 '타자'는 원주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를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도 이렇게 여론 조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멕시코 일간지 보도에 의하면 멕시코 북부 도시에 현대자동차가 조립공장을 위해 약 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FTA를 맺으면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의 다국적 기업들도 큰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벌써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도 나프타 이후 사회의 불평등 심화 등 엉망이 되었지만 ‘CEMEX’라고 하는 시멘트 회사와 민영화된 국영통신회사인 ‘TELMEX 회사’ 같은 곳은 비약적 발전을 하였다. 현재 세계 3위의 부호는 TELMEX 회장인 멕시코 사람 까를로스 슬림이다.
공무원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경제적 기대효과
두려운 것은 문화적, 정치적으로 양국 연합세력이 벌일 공격이다. 어느 신문 보도에 의하면, 벌써 발 빠르게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우리나라에 줄지어 ‘테마 공원’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첫 번째 공격 목표가 ‘문화산업’인 것이 심상치 않다.
일반 시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관련 공무원의 손끝에서 경제적 ‘기대효과’ 등을 나열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장들은 마치 CEO가 된 기분으로 너도 나도 '테마 공원' 유치에 힘을 쏟을 것이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디즈니랜드’와 같은 분위기로 초대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공하면 마음껏 ‘자유롭게’ 행복할 수 있다는 미국식 삶의 방식의 메시지를 은밀하게 전파될 것이다. 이 문제는 심각하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더욱 ‘얌체’로 바뀔 것이다. 멕시코 사람들 중 이미 많은 수가 남미적(?)이지 않다. 멕시코보다 훨씬 가난한 나라인 볼리비아의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는 최근 볼리비아인들에게 유럽연합 국가들이 입국 비자를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볼리비아인들은 특히 스페인에 불법체류 이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제 겉으로는 선진국 비슷하게 될 것이다
디즈니랜드를 못 가보았지만 그 분위기는 상상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철저하게 ‘조작된’ 환상적 아름다움 말이다. ‘자유무역’이 자유무역이 아니듯이 '생명 안전성'이란 단어가 유전자 조작을 의미하듯이. 분명히 더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제 어느 도시를 가나 '쇼핑몰'이 들어서 세계적 브랜드의 미국 상품들이 각종 할인 혜택으로 유혹하게 될 것이며 길에는 '벤츠'도 많이 보게 되어 겉으로는 마치 선진국 비슷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게 되어도 사회구조 분석, 계급투쟁, 공동체 같은 개념들은 사회과학 교수의 컴퓨터 안에만 머물러 있게 될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진보적 담론들이 억압받을 것이다. 미국은 다국적 기업의 힘, 첨단 군사력, 할리웃 영화 이외에 대학 및 수많은 연구소의 두뇌 집단의 힘이 막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오랜 ‘앞마당’인 중남미에 대해서도 미국 유명대학의 전문 연구소와 정부, 민간 연구소에서 엄청난 연구와 심층 분석이 있어 왔다. 또한 미국은 다양한 연구기관(?)을 통해 중남미에 대해 여론조작 및 정치 개입을 해왔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베네수엘라 출신이면서 미국시민인 에바 골린저라는 여성변호사가 2005년에 『차베스 코드(El Codigo Chavez)』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2002년 4월 12일의 기득권층에 의한 차베스 축출 쿠테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적고 있다.
미국의 한국 분석, 전보다 규모가 달라질 것
그 중 한 가지를 들면, 1983년에 생긴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 기금’(NED)이란 미국의 단체는 2001년에 ‘교육회의’라는 베네수엘라 시민 단체에 직접 자금 지원을 했다. 이 단체는 차베스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였는데 특히 2001년에 차베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천 여 개 이상의 새로운 학교를 짓는 것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국영 텔레비전인 'Venezolana de Television'은 극우적 성향의 시민 단체 '너도 함께 해'의 관계자가 미국의 어느 보건 기관으로부터 약 30만 불의 돈을 받은 사실을 베네수엘라 의회에서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제 바다 건너의 ‘별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규모가 다르게 연구하고 분석하고자 할 것이다. 그것만으로 그칠까? 우리도 멕시코처럼 하바드 대학 출신의 유식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지도 모른다. 멕시코의 전직 대통령 중 일부는 퇴직 후 하바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해, 비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전에 필자가 다니던 직장에 장애인 부부가 구두 닦는 일을 하였는데 이제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깨끗한 유니폼을 입은 미국 자본이 투자한 구두 닦는 체인 회사의 직원이 이들 대신에 구두를 닦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가까운 산에 올라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신선하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등산하는 산꼭대기에도 미국 제품과 패밀리 레스토랑 광고판이 세워질지 모른다. (안태환/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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