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은퇴 논쟁은 '목사 일인 중심의 교회' 문화가 문제
작년 조용기 목사의 은퇴 문제로 교계가 시끄러웠다. 순복음교회와 보수 측에서 “여의도 교회의 성장은 하나님의 은총이었고, 조 목사는 그 역사에 쓰임 받은 사역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보 측에서는 "여의도교회의 성장은 한국의 물량주의가 낳은 기형 성장의 형태이며, 조 목사는 거기에 앞장선 선두 주자"라고 본다.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목사 일인 중심의 개신교' 라는 것이다.
한국의 교회들을 가보라. 대다수의 교회에서 담임 목사의 권위는 대단하다. 그나마 소형교회들은 비교적 약하지만 대형교회일수록 그 정도는 심하다. 마치 개 교회들은 담임 목사를 그곳에 파견한 유일한 주의 종으로, 또는 주의 사자로 생각하며 그렇게 교육받는다. 사실 이러한 것들이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순기능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현재 개신교는 '만인제사장설'이 탁상공론화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기능이다. 목사 일인에게 권위가 집중이 되고, 나아가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반드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루터와 칼빈이 종교개혁을 하면서 내세운 '만인제사장설'은 신부에서 목사로 바뀌었을 뿐 탁상공론으로 끝났다. 기독교 초기엔 성직자와 평신도라는 단어조차 없었는데, 3세기경 기독교가 양지로 나오면서 기득권의 바탕 위에 탄생된 '성직자'라는 단어는 중세시대를 풍미했고, 결국 개신교도 그것만은 어쩌지 못하고 변형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버트란트 러셀은 ‘나는 왜 기독교를 믿지 않는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기독교가 예수로부터 나와서 종교로 자리 잡으면서, 그 경전을 해석하고 보존하는 전문가 집단이 생겨났다. 그들은 그런 것으로부터 기득권을 획득하고 계속해서 그 종교를 전승해 나간다. 고로 나는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식의 논리를 주장했다. 비단 기독교만 그러 하겠는가. 이 세상의 종교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목사 일인 체제'를 가능케 하는 문화가 더 문제다. 다시 본 논제로 돌아가면 조용기 목사의 은퇴 문제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그가 은퇴를 한다고 해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여의도교회의 문제이면서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간통에다 교회 공금 횡령으로 재판까지 받아 자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발언이 아직도 가능한 기독교 사회. 교회를 물려주니 마니 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행위가 가능한 기독교 사회. 10명만 모여도 반대의견과 반대파가 생기는 것이 상식인데도 몇 천 명 몇 만 명이 목사 일인에게 집중되는 것이 가능한 기독교 사회. 그렇지 못한 것은 은혜가 없는 분란의 교회라고 인식하는 기독교 사회. 교회 이름은 잘 몰라도 그 교회 담임은 누구라고 다들 아는 스타급 목사들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많이 존재하고, 그게 가능할 수 있는 기독교 사회. 그런 의미에선 한국의 개신교는 어떤 교회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 같다.
'목사 일인 체제'는 독재 정치의 다른 이름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나치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북한의 김일성 등 역사의 독재자들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일까. 결코 아니다. 거기엔 열광적이든 암묵적이든 당시 대중들의 지지가 밑받침 되었다. 그 독재자들은 그 당시의 민중들과 그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역사의 교훈을 상기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지금의 한국교회의 문화 속에 깊이 침투한 '목사 일인 체제의 교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일까. 그런 역기능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현실들을 보면 결코 논리 비약은 아니리라. 여의도교회와 조용기 목사, 그리고 한국교회의 행태를 보면서 '독재'라는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사람들은 독재자들이 흉악한 사람들이라고 상상하지만, 그들은 다만 대중에 의해 추앙받은 '권력 집중형 인간'이었다는 것만 빼고는 그들도 또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우리 현대사를 보면 참 우울해진다. 일본 침략으로 인한 억압과 그들의 독재, 한국전쟁을 통한 군인들의 수탈과 독재, 급기야 들어선 이승만 정권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독재, 목숨 걸고 되찾은 자유를 혁명의 이름으로 빼앗아간 박정희 정권의 독재. 그 뒤를 계승한 전두환과 그 일당의 군사 독재 등. 이런 것들을 떨쳐버리려 애쓰는 가운데 노무현 정권까지 왔다. 이렇듯 한국사회 전반이 바뀌고 있는데 교회는 아직도 그런 선상에 있다면 시대를 선도해가기는커녕 시대에 쳐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버림받게 될 것이다.
이제 '목사 일인 중심의 교회'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자
이제 한국 기독교인들 모두가 반성할 때이다. 그리고 목사나 특정한 개인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문화를 배격하고,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통용되는 교회를 만들자. 목사를 무슨 신령한 하늘의 절대적인 사자로만 보는 문화에서 벗어나서 그들도 똑같은 교회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자.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분하기 시작한 3세기 중세교회의 굴레를 벗어나서 초기 교회 시대의 유기적이고 실질적인 교회 역할 분담의 시대를 되살려 보자. 이 시대에 맞는 그런 공동체 유형이 여기저기서 실행되고 있는 만큼 좀더 보편화 시키자.
'목사 일인 중심의 교회'를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작업을 시작하자. 이것이 한국교회가 살 수 있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리라. 한 천주교 신자가 한 말을 쓰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크게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 천주교에 있는 교황을 뭐라고 하지 말라. 너희 개신교에는 교회마다 교황이 있지 않는가" (불거토피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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