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미래구상’의 미래

녹색세상 2007. 1. 21. 19:26

  "민주노동당은 지난 선거에서 10% 이상의 득표율을 얻었으나,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정치권의 문제제기 정당으로 축소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에서 정치운동 조직에 나선 ‘창조한국 미래구상’의 주장입니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아마도 적지 않은 민주노동당 당원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뚝밸이 치솟을 성 싶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톺아볼 때입니다. 미래구상에는 전국 곳곳에서 비중 있게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민주노동당에 우호적이거나 적어도 우호적이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미래구상의 내부문건 ‘새로운 정치운동조직의 건설과 대선 대응’에 따르면, 이들은 열린우리당에 비판적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정책적으로 진보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2004년 총선에서 확보한 정치적 기회를 상실했다고 지적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진보적이지 않다는 미래구상의 ‘선언’은 새삼스럽지만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구상이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습니다. 열린우리당과 비교해 가혹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미래구상은 민주노동당이 “현실 가능한 대안세력”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으로 ‘NL과 PD의 정파대립’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두 정파는 각각 이북에 대한 ‘물신주의’와 ‘관념적 계급지상주의’의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미래구상의 견해를 실체 이상으로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을 터입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미래구상에서 저 ‘비판적 지지’의 오랜 망령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들러리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미래구상의 주장과 행동을 ‘기회주의’로 한 칼에 내치고 싶기도 할 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이기는 길일까요? 그렇게 해서 민주노동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래구상의 움직임을 부각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시민단체 가운데 비교적 진보적 인사들이 오늘의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미래구상의 민주노동당 평가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 있을까요? 아니, 어쩌면 적실한 비판은 아닌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이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정치권의 문제제기 정당으로 축소’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성찰해야 옳지 않을까요?

 

새삼 명토박아 두거니와 미래구상의 민주노동당 평가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민주노동당이 지금 이 순간도 고통 받고 있는 민중 앞에 “현실 가능한 대안세력”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수구언론 또는 보수언론들 탓이 크겠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을 미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세력을 두루 포괄하지 못해서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에 무슨 ‘진입 장벽’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언제든 당의 문호는 열려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정파연합 정당’ 형태로 구조화하면서, 적지 않은 진보적 인사들이 선뜻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당에 가입하지 않거나 당원으로 활동하지 않는 게, 과연 온전히 그들만의 문제일까에 대해서도 짚어볼 때입니다. 그렇습니다, 미래구상의 미래에 대해 솔직히 저도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내치는 것보다 그들과 진지하게 토론하는 게 성숙한 대응입니다. 미래구상의 미래에 대해서도 예단만 할 게 아닙니다.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당의 현실에 비추어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요구일까요? 민주노동당이 ‘정치권의 문제 제기 정당’이 아니라 ‘현실 가능한 대안 정당’이라면, 그 부담은 마땅히 떠안아야할 몫임에 분명합니다. (진보정치/손석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