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강요적인 선교 방식을 그만 두라

녹색세상 2006. 12. 28. 06:38

  허형범 교사가 주장한 숭실중학교의 특정종교강요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아침 조회 경건회 및 종례 시 찬양 및 기도를 하도록 하는 행위
2) 학생들을 제자 훈련 과정(알파코스)에 참여하게 하는 행위
3) 일요일 종교 기관을 강제로 탐방하게 하는 행위
4) 학생 예배 및 부흥회 개최 시 강제로 학생들을 참여하게 하는 행위
5) 예배 시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헌금을 내도록 하는 행위
6)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교회 출석을 권하는 행위......

 

 

  아마도 학교 운영자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든 복음을 전하여 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해야 되겠다는 선교적 의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요적인 선교 방식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게 된다.

 

  기독교학교 운영자들이여, 당신들은 작년(200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종교별 현황을 살펴보았을 것이다. 천주교가 지난 10년 동안 74.4%에 이르는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불교 역시 3.9%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인 반면, 개신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았을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개신교 자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엄청난 감소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개신교가 갖고 있는 독선과 배타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현실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가? 미안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어쩌면 그토록 미련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세태를 보는 눈이 멀지 않고는 이렇게 무모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거든 천주교의 선교 방식이라도 밴치마킹하라. 그들은 당신들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배짱을 부린다. 성당에 찾아온다고 아무나 붙여주지 않는다. 과정을 밟게 하고 준비된 자만 신자로 받아들인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천주교로 몰려간다.

 

  사실, 천주교와 개신교는 형제 종교로 중요 교리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왜 개신교는 이토록 사회로부터 욕을 먹고 안티 기독교 세력을 양산하고 있는데 반해서, 천주교는 사회의 존경을 받고 수직 상승하는지 제발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보라. 원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세상의 소리를 들어 보라. 강요로 사람 끌어들이는 시대는 지나갔다. 아직도 이 평범하고 당연한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당신들을 '욕심에 사로잡혀 눈이 먼 바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예배 참석 강요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다.

 

  당신들은 선교를 위해, 한 사람이라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 기독교학교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예배 참석을 강요한다. 이런 행위는 생각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기독교라는 종교를 ‘지긋지긋하고 무자비한 열등종교’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께 크나큰 결례가 된다는 점에서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억지 경배를 받는 하나님의 심정을 헤아려 보라. 예배당에 억지로 끌려와 "내가 이 놈의 학교 졸업만 해 봐라. 내가 하나님 믿거나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면 개새끼다.”라고 욕하는 학생들을 상상해 보라. 그렇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들은 신성 모독죄를 짓고 있다는 말이다.

 

  왜 우리 하나님을 이토록 형편없는 하나님으로 만드는가? 그렇게 해서라도 억지로 예배에 참석시키면 언젠가 하나님을 알게 될 거라고? 언제가 예수님을 믿게 될 거라고? 이 미련한 사람들아, 복음의 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단 말인가? 그렇게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우리의 복음이 저능한 것이란 말인가? 진리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삶 전체로 전하라. 강요하지 말고 향기를 뿜어라. 학생들 스스로 다가오게 하라. 예배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준비를 거쳐 선별해서 참석하게 하라. 학생들로 하여금 "예배는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참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라. 제발 하나님의 이름이 비방을 받지 않게 하라. 미련한 사람들이여.

 

   기독교학교 교사들에게

 

  이제는 기독교학교 교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만일, 대부분의 기독교학교가 그렇게 하듯이,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선교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여 그에 동참한다면, 일단 당신의 생각을 존중하겠다. 이 문제에 대한 견해의 차이는 일종의 종교 사상적인 문제이므로,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무엇이 옳은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한 가지 부탁은 하고 싶다. 제발 지금까지 당신이 믿어온 것들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짓지 말고 ‘다른 견해’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 보라.

 

  그러나 만일, 당신이 기독교학교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학교의 압력이 무서워 그냥 학교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고 있다면, 당신이 진정 교사인지, 교사로 살아갈 자격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라. 미안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당신들이 보수적인 골통 기독교사보다 더 나쁘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는 않다. 그러나 당신은 어떤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겠는가. 좋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의 방관 내지는 비열한 (혹은 연약하기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협조로 인해 계속 종교를 강요받고 힘들게 생활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가? 당신들 때문에 부당한 교육을 강요받고 있는 그대들의 사랑스런 제자들이 당하는 고초는 외면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교사 자격이 없다. 물건을 만들다 잘못되면 폐기처분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 교육 잘못 시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힘든 싸움을 시작한 당신의 동료가 있다. 그에게 부끄러움 없는 모습을 보여달라. 그의 싸움이 외롭지 않게 해 달라. 적어도 그의 행위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들은 그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여전히 침묵하는 비겁한 자들이여. (서울 숭실중학교 허형범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