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사를 왜 서울에서만 하느냐고 하니 ‘지방에서 하면 참석자도 적고 비효율적’이라는 말에 쌍욕이 목까지 올라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렇게 효율을 좋아한다면 선출직 당직 여성 30프로 이상 의무할당은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때론 그 비율을 못 맞춰 선거가 늦어지기도 하지만 감수하면서 하는 건 조직 내 소수인 여성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비현실적이라는 자주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혜경 대표 때 통과 시켰다. 그 후 많은 정당에서 여성의 의원과 당직 진출이 늘어났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사실상 인정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예장(통합) 교단의 2019년 총회가 포항에서 열렸다는 걸 아는 활동가들이 얼마나 될지, 그것도 대구도 아닌 포항에서 열린 걸.....
그런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는 조직이 망하지 않고 굴러가는 건 서울 것들끼리 독식하지 않고 철저히 갈라먹기 때문이다. 교세와 물적 토대로 비교하면 서울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온 게 그 비법이다. ‘우린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계속 헤매면 대중으로부터 더 외면당하고 만다. 당명을 사수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아닌가?
참여연대와 녹색연합 환경연합 등 모든 시민 부문 단체가 중요 행사와 회원 대회를 지역 순회하면서 개최한지 오래되었다. 민주노동당에 입당한 2003년부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국위원회를 대전에서 딱 한 번 한 것 말고는 지역 순회 행사는 없었다. 통합독자 논쟁 당시 자발적인 모임만 대전과 청주에서 했을 뿐이다. (작년 천안에서 열렸고)
회비 면제라고? 나주에서 창원에서 서울 오가는 차비가 얼만데 그깟 회비 면제 운운하는지 갑갑하다. 여성 의무 할당은 숫자는 적으나 이 땅의 절반이 여성이듯 우리 조직의 절반은 여성 동지란 엄청난 의미가 있듯이 지방 당원이 비록 숫자는 적으나 절반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집회를 보면 뭔가 될 것 같은 착시현상을 느낄지 모르며 위안도 삼을 수 있을지 모르나 지방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 어느 비대 위원이 ‘한 번 봬야죠?’라기에 ‘서울에서 보자는 말 아니냐? 그러지 말고 대구에서 보자’고 하니 아무 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보다 못한 서울 중심의 조직 운영 관성에 빠져 있으면서 진보좌파를 자처하면 대중이 손가락질은 커녕 외면당하고 만다. 주어진 정치 일정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어차피 우리 내부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장기전에 대비한 생존전략을 세우고 물적 토대를 확보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당이란 이름을 지켰다고 좋아만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못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자. 지방에 사는 당원들이 ‘왜 서울 것들끼리만 노느냐’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2019년 국군의 날 행사를 대구공군기지에서 여는 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다면 비극이다. 자칭 한국 사회의 유일한 진보좌파 정당이 언제까지 한국교회보다 못한 관행에 빠져 있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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