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과 관련한 거시기한 기억

 

민주노동당 시절 한미FTA집회와 관련해 시도당에 5~7의 활동가들이 벌금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경찰이 일률적으로 할당을 한 셈이다. 서울로 오라는 걸 내용증명을 보내 ‘대구에서 조사를 성실히 받을 테니 우편물도 집이 아니라 시당에 보내주고, 사건도 관할인 서부경찰서로 이첩해 주면 변호인과 상의해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물론 우편물은 집으로 와 조사받으러 가서 항의를 했다.)

 

전국의 사건을 다 떠맡은 종로경찰서로는 마다할 일이 아니니 얼마 후 대구 서부경찰서로 사건이 넘어 왔고 같이 조사받으러 갔다. 인정할건 인정해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사관의 자판 치는 거 늦어 ‘대신 쳐 드릴까요’ 농담도 하면서.... 조용하던 서부경찰에서 5명이 조사받으러 온다니 안면 있는 담담 정보과 형사는 대기하고 있었다.

 

벌금 100만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고, 5명은 대통령 선거 후 민주노동당을 떠났다. 분명히 민주노동당 시절에 당의 지침에 따라 참석한 집회로 벌금을 맞았는데 남아 있는 정파는 벌금 납부에 오리발을 내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미FTA반대 대구대책위원회 집행부 일부도 벌금을 맞았는데 자기들 건 가맹단체에 알려 먼저 해결해 버렸다는 걸 농민회 활동가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뚜껑이 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벌금 모금 주점이 열린 자리에서 ‘당신들 벌금을 먼저 해결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미안하다가 아니라 ‘그만합시다’란 말이 들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지역에서 서로 봐야할 사이인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 다시 한 번 물어도 ‘그만합시다’라고 해 그 자리를 엎어 버렸다.

 

‘어떻게 너희들 것만 해결하고도 사과는커녕 그만합시다란 말이 나오느냐’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난리가 났다. 들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 그 사건 후 난 ‘다른 정파를 아작내는 이상한 인간’으로 찍혀 버렸다. 사건의 내막은 간데없이.....

 

노동당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고투쟁위원회에서 벌금 모금을 했는데 두 사람 것만 해결했다. (부대표 1인 포함) 작년에 4건으로 벌금 800만원을 맞은 당원이 해당 부서에 알렸는데도 ‘연락받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어이상실이다.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겠다. 누락이 되었다면 문책을 하겠다’고 해야 되는 게 상식이건만 ‘난 모르겠다’는 말을 한 셈이다. 내가 800만원 맞은 경기도의 김 아무개라면 예전처럼 한 바탕 했을 것이다.

 

이러니 ‘부대표가 자기들 벌금만 해결했다’는 소릴 들어 마땅하다. 명색이 어느 조직보다 건강하고 내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해야 하는 진보좌파 정당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노무사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 물정이 어두운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