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덕분에 치료 잘 받고 있습니다. 첫 진료를 한 내과 의사가 건강보험 비 급여 항목 검사만 하더니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줄 테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할 때 무척 당황했습니다. ‘대구로 가려면 몇 일 걸리니 처방전이라도 내 달라’고 하자 ‘바로 가라’고 하니 ‘이거 심각하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특진비가 붙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학병원의 진료비 부담 때문에 입원을 미루었는데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내 주셔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병원으로 가기 전 2차 진료기관에서 검사를 해 보니 황달 수치가 너무 높아 ‘여기서는 치료가 힘드니 대학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했는데 몇 일 사이에 수치가 떨어지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경대병원에 가자마자 ‘2주 정도 입원은 각오하라’는 주치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안 좋으면 다시 올 테니 중증환자에게 자리도 양보하고, 진료비 부담이 적은 2차 진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해 달라고’ 매달렸더니 퇴원 처방이 나 2주 만에 바깥세상 구경을 했습니다. 나온 김에 주치한의사를 찾아가 진맥도 받고 수치를 조절한 후 어떤 치료를 해야 되는지 상담도 했습니다.
제 병명은 ‘원인 불명에 의한 약물 중독으로 인한 급성간염’인데 이럴 때 의사들은 매우 당혹스럽다고 합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 온갖 검사를 해도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추정만 할 뿐이기 때문이죠. 의문이 가는 모든 검사를 했으나 운이 좋은지 ‘당뇨병을 비롯한 합병증은 없다’면서 지금처럼 ‘계속 수치가 떨어지면 우려한 간부전증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간경화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경과를 지켜보자’며 황달과 간수치 조절이 관건이라고 하네요.
문제는 약물을 급격히 투입해 수치를 떨어뜨린 후 간 기능을 회복하는 것인데 음식조절도 해야 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주치한의사도 진맥을 하면서 ‘간이 안 좋으면 신장도 안 좋은 경우가 많은데 맥이 약하게 잡힌다’며 걱정을 하네요. 병든 병아리 마냥 축 쳐져 있다가 13일부터 5시 반에 일어나 병원 주위를 돌며 30분 가량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인데 한 달 가까이 늘어져 있었으니 몸이 근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는데 이젠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동지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시로 전화를 해 ‘치료 잘 받으라, 선배는 충분히 일어선다’며 격려를 해 주신 채훈병, 윤종철 동지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성을 보내주신 동지들 중 이름도 잘 모르고,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 빚을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지들에게 신세를 갚는 건 빨리 건강을 회복해 좌파 정당의 원칙을 지키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동안 밀린 탈핵 관련 학습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수치가 계속 떨어지면 2차 진료기관에서 3주 정도 치료를 더 받고 나서 판단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고, 병문안 오면서 ‘책을 사오라’는 귀찮은 심부름도 하다 하지 않으신 동지들, 넉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성을 보내주신 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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