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길을 복잡하게 하려는가?
위기의 순간이 너무 비교된다.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에 탈출했다. 절대 절명의 순간 그들은 평소 훈련 받은 대로 최선을 다해 뛰었고, 덕분에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데 진보좌파 정당의 계보를 이어왔다고 자부하는 우린 부정투표란 치욕을 벗기 위해 철저한 진상조사가 아닌 당기위원회 제소로 끝내 버리려 한다. 지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만 엉터리는 기회조차 위기로 만들어 버린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게 아니면 간단한 걸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포장하다 보니 복잡해 보일 뿐이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데 자꾸 감추려다 보니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덮어둔 채 마치 대단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꾸미다 보니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당명 결정을 한두 달 미룬다고 망할 것 처럼 난리치는 걸 곧이 믿을 정도로 진보신당의 당원들은 순진하지 않다. 오히려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며 기다릴 뿐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정투표가 발생 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가려 한다. 당원들의 속이 타들어 가건만 ‘징계하면 된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린 부정은 저지르지 않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 온 게 무너졌음에도 책임지는 인간 하나 없다. 무능한지 뻔뻔한지.....
무능하기 그지없는 여당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부정투표는 누군가 짜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건 중학생도 안다. 당기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으로 끝내 버리면 몸통은 둔 채 꼬리만 잘려 의혹은 점점 깊어져 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경우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여당에서 먼저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진상 조사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을 하고, 책임선에 있는 관련 공무원 사퇴를 요구해 일단 여론을 잠재우며 물 타기를 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우리 당의 당권파인 녹색사회주의연대는 부정투표자가 자기들 안건에 찬성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건 당연하다. 당원들의 가슴에 박힌 상처가 점점 깊어져만 가고, 곤두박질 친 당원들의 자긍심은 전혀 상관하지 않으니 여당으로서 너무 염치가 없다. 상식을 가진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부정투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자가 없는 데 이 정도면 되느냐?’고.
속은 썩어 들어가건만 아무리 화장을 한들 표시가 나지 않을리 만무하다. 곪아 들어가는 상처를 과감히 도려내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건만 그 순간의 고통을 참지 않으려 얄팍한 꼼수를 부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정치력인데 그럴 기미가 없다. 이런 실력으로 진보정치를 하겠다니 누가 믿겠는가? (위 사진: 사고 여객기, 아래 사진: 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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