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의혹만 증폭시킨 조사 결과

녹색세상 2013. 6. 29. 11:11

정신 차리라는 당원들의 죽비

 

 

조사 받아야 할 사람이 조사한다고 할 때 어이가 없었는데 결과는 진실에 전혀 접근 하지 않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어릴 때 아버지는 ‘사람을 알려면 술을 먹여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술버릇을 알아야 한다는 걸 철이 들면서 알았는데 사람은 어려움에 처 했을 때 밑천이 드러나지만 진가도 보인다는 건 상식입니다.


통합 광풍이 몰아칠 때 집행부의 안을 부결 시킨 당원·대의원들은 평소는 무관심 한 것 같으나 위기의 순간 놀라운 힘을 보여줍니다. 활동가란 사람들이 치열하게 싸워도 관심 가져 주지 않다가 어느 순간 엄청난 돌파력을 보여주는 민중처럼 말이죠. 제가 당헌·당규 개정 소위원회 회의 참석 차 서울 오가면서 반응이 너무 차가워 놀랐습니다. 내가 잘 아는 동지들이 그랬으니 놀랄 수 밖에요.


마녀사냥은 부끄러운 당의 현실


무지개사회당을 발의한 채훈병 동지가 전화를 했을 때 ‘절차를 어긴 반칙’이라며 만류하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 작은 몸부림이라도 쳐야 할 것 같아 그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늦게 입당한 당원이지만 퇴근 후 투쟁의 현장을 수시로 찾을 정도로 성실하기 그지없는 동지가 오죽하면 저렇게 하랴 싶은 마음 뿐 이었습니다. 오래도록 진보정당 운동을 한 견명인 동지 역시 같은 심정이라 믿습니다.


이 분들은 마녀사냥 하는 자들 말처럼 사회당계가 아닙니다. 이름을 잘못지어 부결된 원인을 찾을 생각은 않고 ‘집에 불을 지른 자들, 애당초 함께 살 생각이 없었던 자’들이라며 막말을 쏟아내는 건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몰상식의 극치일 뿐 아니라 우리 수준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걸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해 발악을 하는 것이죠.


그들의 말처럼 사회당계가 똘똘 뭉쳐 움직이는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나요? 정말 모른다면 집으로 가야 합니다. 통합 당시 ‘강령과 당명을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루어 왔는데 반항을 하는 건 당연하건만 ‘미안하다’는 말을 집행부에서 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통합을 앞두고 사무처 조직 개편 당규 개정을 해 임의로 부서를 만들고 없앨 수 있게 한 건 대기업조차 실패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팀별 운영’이 아니라 자리를 당직을 독식하려는 자들의 꼼수지요.


혼란을 수습할 의지가 있는가?


부결이 되었으니 다행이지 통과된 후 부정투표가 발견되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책임지는 인간하나 없는 걸 보면 위기관리 능력이 바닥이란 게 드러납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조직실장이 바로 책임지고 사표를 쓰고, 당무 책임자인 사무총장도 ‘사퇴한다’고 하는 게 상식이건만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것 같아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많은 당원들은 부정투표 의혹 해소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니, 집행부가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정투표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음에도 대응하는 건 정말 수준 이하입니다. 과연 수습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사무처의 조사 결과가 1차 발표가 아니라면 집행부는 계속 불신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집행부와 녹사연이 빠진 ‘부정 투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는 의혹이 계속 쌓여 간다는 건 중학생도 알고 있습니다. (사진: 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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