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초대에 밀린 자의 넋두리

녹색세상 2013. 7. 23. 05:50

건강한 정파로 부터 초대?

 

2011년 통합의 광풍이 휩쓸고 간 가을 어느 날이다. 여성 동지로 부터 ‘선배, 좌파 세력을 아우르는 정파를 만들려 하는데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철학이나 견해가 있는 게 아니라 당권에만 관심이 있으니 괜히 이름 올리지 마라’며 말리는 동지에게 ‘한 번 지켜본 후 판단하자’며 난생처음 신녹색좌파네트웤이란 곳에 가입을 했다.

 

 

 

대표의 전권으로 통합 논의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당내 무한 권력을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이른바 집행위원회란 윗선에서 지침을 내리고, 그에 대한 찬반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첫 느낌이라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하던 군사독재 정권 시절 전위조직의 지도부처럼.....


그 해 시월 첫 대전에서 첫 모임이 있었는데 말은 정치대회였으나 속은 ‘대표단 선거 개입’이었다. 대표 선거운동을 해 주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어떤 자리를 요구할지 이미 짜 놓은 상태였다.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이 멀어있다는 게 바로 드러난 셈이다. 그 때 어느 상근자는 당무는 뒷전이고 수시로 선거본부를 들락거리며 ‘당내 정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자기 이름으로 회원 선거비용 모금 계좌를 개설하는 등 노골적인 개입을 했다.


제사보다 젯밥에 눈이 먼 자들


‘건강한 정파를 만들자’는 건 입에 발린 소리일 뿐 당권에만 몰두한다는 걸 직접 확인한 후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내다 ‘녹좌넷이 녹색사회주의연대로 간판을 바꾸었다는데 갔느냐’는 말에 금시초문이라 ‘새로 조직을 만들려면 기존의 것을 해산’하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 결론을 얻기 위해 ‘우린 끝까지 토론하거나 논쟁할 실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불편해도 표결로 누르면 되는데 그것마저 어려운지 귀찮은(?) 여러 명을 쏙 빼버렸다.


그런데 이번 대표단 선거에서 독자파였던 녹색사회주의연대가 통합파·하나로파와 연합 전선을 펼쳐 가짜 독자파라는 걸 증명했다. 더구나 독자파의 고참으로 ‘특별결의문은 기만’이라며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했던 이용길 후보가 그들과 함께 하는 걸 보고 많은 당원들은 ‘당선되면 우리를 팔아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납득할 수 없는 교집합에 당황한 당원들이 많았을 것이나 녹사연의 핵심이 노정추 집행위원이고, 주요 당직자 중 한 명이 노정추에 구성원인 걸로 봐 이미 밑그림은 짜여 져 있고, 그런 바탕 위에서 대표단 선거를 치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직업군인들이 ‘진보정치의 새 판을 짜야 한다’며 통진당 폭력 사태 이후 본격적인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사무총장을 지낸 아무개 인사는 ‘경기동부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 함께 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쑤시고 다닌 지 오래인데 인천연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천의 동지들이 뭐라 할 지 모르겠다. 명색이 여당인 녹사연은 당을 오래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지금 이래도 가고 싶은 것이다. 당명도 대충 넘기려 한 것인데 제동이 걸렸다. 이쯤 되면 ‘우린 끝까지 당을 지킬 것’이라며 선언해 오해를 불식시킬 법도 한데 가만히 있으니 의혹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거듭되는 패거리의 횡포


이런 당권파의 횡포를 모르지 않는 대의원들이 보다 못해 부결 시켜 버린 것인데 실성한 자들이 ‘집에 불을 질렀다, 애당초 같이 살 생각이 없었다’며 망발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 부정투표란 치욕스런 사건이 벌어졌다. 이쯤 되면 여당이 나서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 관련 당직자는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물 타기를 하는 게 상식인데 입 닫고 있으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걸 보면 녹색사회주의연대라는 정파는 정말 무책임하고 무능하기 그지없다.


이 지경이니 ‘진보정당운동에서 철수해야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한 줌도 안 되는 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현실에 머리 싸매다 ‘도저히 앞이 안 보인다’며 한탄하는 동지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게 정말 가슴 아프고, 탈당계를 직접 당사에 가서 제출한 어느 동지의 ‘리모델링은 커녕 재건축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탄식에 억장이 무너진다.


녹색사회주의연대는 더 이상 밀실에 짱 박혀 있지 말고 공개적인 정파활동을 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을 버리고 당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다운 처신이다. 우리 당은 대표단이 밀어 붙인 원칙없는 통합을 부결 시켰고, 녹색사회노동당이란 짜깁기 한 당명도  절묘하게 반려 시켰음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를 모른다면 진보정치 그만두고 집으로 가는 게 서로에게 좋다. (사진: 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