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기꾼이 되기로 작정한 친구

녹색세상 2013. 5. 10. 16:06

 

캐나다에서 교민 목회하는 친구가 ‘강남으로 온다’는 말에 간이 떨어질 뻔 했습니다. 그 말은 ‘이제 본격적으로 사기꾼이 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죠. ‘청담동에서 승부 걸기로 작정을 했다’는 말이 무슨 뜻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알아서 하라’며 놔 둘 수도 없고, 말린다고 말을 듣지도 않을 테니 갑갑하기 그지없는 노릇이죠. 그러면서 ‘기도해 달라’니 이건 병 주고 약주는 것 보다 더 하더군요.

 


‘간판 좋은 유학파 목사들도 고전하고 떠나는데 박사 학위도 없고, 특별하게 잘 하는 것도 없는 친구가 난데없이 강남으로 온다’는 말에 ‘그 동네 아무나 가는 거 아니라’며 말리는 시늉은 했으나 어디에 어떻게 꽂혔는지 안식년을 맞아 6개월 정도 한국에 머물면서 시장조사를 단단히 한 모양이더군요. 하느님 팔아먹으며 사기 치는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하필이면 친구가 그런지 모르겠네요.


재작년 통합 국면에서 명색이 목사가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지키겠다’며 고생한 친구를 위로하기는커녕 ‘현실론’과 힘을 들먹이며 ‘통합하라’는 훈수를 하도 해대기에 “난 죽어도 주사파랑 같이 못한다. 우리가 아무리 진보정당이지만 싫은 건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설교는 너희 교회에서나 하라.”며 한바탕 했습니다. 현장 근처에도 가지 않는 전형적인 안방 혁명가인데 인터넷으로 본 뉴스로 해대는 어설픈 자신의 평론이 대단한 줄 착각하니 저도 근성으로 대할 때가 점점 많아지더군요.


1년에 배출되는 신학생이 교회에서 필요한 인력의 10배가 된지 이미 오래라 목사들 끼리 자리다툼과 경쟁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성 교회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어 개척이라는 자영업을 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생계형 개척’이지 정말 하느님의 뜻을 펼치려는 목회자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기에다 교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무리하게 교회 증축을 하다 부도가 난 곳이 갈수록 늘어남에도 대형교회를 향한 ‘성공신화’는 멈출 줄 모릅니다.


교인 70여 명만 되면 대기업 부장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니 땀 흘려 일하기 싫은 인간들에게는 하나님 팔아먹고 살기 딱 좋은 직업이라 젊은 목회자 중에 자리를 못 구한 상당 수는 여기에 목을 걸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필이면 이때 한 동안 조용하나 싶더니 노회찬 씨가 ‘2단계 창당과정에 진보신당도 함께 할 세력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말할 정도면 이미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데 말이 진보정치이지 배운 도둑질 아닌가요?


이는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거라도 해야 된다’는 게 되어 버린 거죠. “흩어져 있는 건전한 진보세력들을 다시 모아내는 노력을 통해 올해 안에 제2단계 창당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포장하는 노심이나 하느님 팔아 강남에서 성공해 ‘더 이상 처자식 고생 안 시키겠다’고 작정한 친구나 사기꾼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진보정치와 하느님을 팔아먹는 비루하기 그지없는 군상들을 보니 정말 화가 나는군요. (사진: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