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대표님, 첫 일정이 투쟁의 현장이었습니다. 대표님은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정진우 부대표는 콜텍에 가는 걸로 시작되어 많은 당원들이 ‘투쟁의 현장에 있는 진보신당’임을 확인했습니다. 3주 감 전국을 도는 긴 유세였음에도 주말에 쉬지도 못해 걱정도 됩니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인사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실 줄 압니다. 여기저기서 훌륭한 분들을 추천할 텐데 누굴 앉혀야 할지 고민이 많으시겠죠.
‘이용길의 사람’으로 소문난 제가 이런 글을 쓰려니 부담도 되지만 가까운 사람이 먼저 입을 여는 게 좋을 것 같아 몇 일 고민하다 적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대표단이 2~4월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당원들을 직접 만나 당원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 관련 이야기도 나누면 일석이조 아닐까요? 당비 미납 당원들은 대부분 지난 대표단 선거 이후 밀렸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는 건 대표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미납 기간이 정말 신기하게도 거의 일치하는 원인을 알려면 지역을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에 승합차가 있으니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당원들과 같이 지역을 찾아가야 원인을 알 수 있고, 그래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남도 창원만 가지 말고 진주에도 가고, 당원들이 많은 거제도 가는 거죠. 당원이 적지만 모이기 힘든 강원도도 2~3개 지역을 방문하며 당원들의 반응이 확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모든 회의는 지역 순회
저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지역에 사는 당원으로서 지역 관련 공약이 없다는 게 정말 안타깝더군요. 특히 대표님은 충남이라 뭔가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의외였습니다. 지역 관련 공약이라지만 그리 복잡하거나 거창한 게 아닙니다. 우리 당이 실시하고 있는 여성 할당처럼 ‘당직 지역할당’을 실시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고, 바로 실시 가능한 대의원대회를 비롯한 모든 회의를 지역과 서울을 오가면서 하도록 하면 되는 거죠.
새 대표단이 첫 전국위원회와 대의원대회를 대전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대표님이 결단만 하면 되는 것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수구골통의 본산인 교회는 오래전부터 총회장을 비롯한 모든 직책을 지역할당을 실시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명색이 진보좌파 정당이란 우리가 서울에서만 회의를 하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요.
홍세화 대표가 되면서 시도당 위원장과 부문 위원장 연석회의를 대전에서 하는 데 왜 과감히 확산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향해 ‘비정규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와 함께 하는 정당’이라 말하면서 내부의 약자인 지역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없다는 건 정말 엄청난 모순이죠. 당직 지역 할당 문제는 당규를 바꾸어야 되기에 시간이 좀 걸리지만 ‘회의 지역 순회 개최’는 새 대표단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능하니 이 기회에 분명히 밝혀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정무직 상근자 사표 수리와 순환근무
선거를 하면서 독자파의 구심이었던 대표님이 녹사연을 비롯해 통합 논의 당시 다른 가진 쪽과 연대하는 걸 보면서 많은 당원들이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 서로 협상하고 연대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로의 철학이 같다는 걸 확인한 바가 없는데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건 당연할 겁니다. 이번 연합 선거본부는 가치와 철학의 연대가 아니라 전국의 이름 꽤나 있는 활동가들이 일방적으로 지지 선언하는 건 마치 골목대장들의 세력과시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를 지켜 본 당원들은 ‘또 우리를 또 파는 건 아닌가, 당원들을 졸로 보는가?’ 하는 오해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정무직 상근자에 대한 사표는 받아야 합니다. 특히 기획실장은 전국위원회나 대의원대회 관련 자료를 한 번도 제때 올리지 않고 늑장을 부렸고, 더구나 사과조차 한 번 하지 않았으니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을 그냥 둔다면 당원들은 대표님과 대표단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상근자의 순환 근무는 이건 특별한 게 아니라 상식이죠. 당직자가 20명도 안 되는 우리 형편에는 모든 업무를 익히도록 해야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런 처지에 특정 업무를 4~5년씩 맡고 있는 건 조직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에 편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좋지 않습니다. 새로운 당무를 맡기는 게 본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당명 개정과 당헌·당규 개정
우리와 함께 할 정치 세력이 거의 없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빨리 당명을 새로 제정하고, 거기에 맞게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국위원회 의장 선출과,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구성, 당직 지역할당에 관한 건 꼭 넣어야 합니다. 대표가 안건을 제출하고 사회까지 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는 이런 제도가 진보좌파 정당이란 우리 당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검찰도 ‘공정한 인사’를 들먹이며 ‘인사위원회 구성을 하겠다’고 하는 판에 우리가 한 발 앞서야지 따라 간다면 정말 고개 못 들 일 아닌가요? 이와 관련해 작년 8월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수술하지 않으면 시기를 영영 놓칠지 모른다면 너무 비관적일까요? 이것도 지역 할당을 지켜야 하고, 직장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평일이 아닌 주말에 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복잡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제가 쓸데없는 걱정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당원들은 대표님의 첫 인사 문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잘 아실 줄 믿습니다.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정직’이란 말처럼 문제가 있을 때 당원들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고 대화하는 소탈한 대표님을 많은 당원들이 기대합니다.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모든 상근자들을 면담하면서 막걸리도 마셨듯이 당원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봄을 시샘이나 하듯이 또 날씨가 추워지지만 밀려날 수 밖에 없음을 우린 잘 압니다. 2013년의 새로운 봄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장황한 글을 줄이겠습니다.
덧 글: 저는 벌써 초록배움터에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설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태풍에 날아 지붕이 날아간 원두막이 너무 쓸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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